정희경 작가의 초대전 ‘속삭이는 빛-Whispering Light’이 ‘2026 박물관 미술관 지원사업’의 하나로 11월 22일까지 경기도 용인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고 28일 밝혔다.
회화와 미디어아트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빛과 색채를 주요 조형 요소로 삼아 오랜 시간 작업해 온 작품들이 선보인다.
정희경 작가는 구체적인 형상이나 서사를 재현하는 대신 색의 중첩과 반복, 추상적인 형태를 통해 자신이 오랫동안 천착해 온 빛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빛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짙은 남색으로 화면을 채운 뒤 해면 스펀지에 아크릴 물감을 묻혀 보라·자홍·노랑·청록 등의 색깔을 지닌 점을 수없이 찍는다. 그 위에 다시 점을 찍고 색을 겹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평면에 깊이가 생기고 어두운 화면 안에서 원형의 빛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빛을 다루는 또 다른 방식은 색의 반복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지는 색의 리듬을 통해 빛이 지닌 질서와 명상적 분위기를 탐색한다. 원형의 빛이 빛의 생성과 감정의 울림을 보여준다면, 반복되는 색은 화면에 질서와 리듬을 만들어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조형 요소도 간결하다. 점과 색면을 비롯해 반원과 타원, 곡선과 대각선 등이 화면을 구성한다.
한국미술관은 “구체적인 형상이나 이야기를 표현하기보다 점과 색면, 반원과 타원, 곡선과 대각선 등 절제된 조형 언어로 화면을 구성한다”며 “추상적 형태와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관람객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화면에 투영하며 저마다의 깊은 내면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빛은 강렬하게 내리쬐지 않는다. 짙은 어둠 사이에서 은은하게 떠오르며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 다가온다. ‘속삭이는 빛’이라는 전시 제목은 이 같은 빛의 성격을 함축하고 있다.
정 작가는 미국과 이탈리아 등으로 활동 무대를 넓혀왔다. 2025년 11월 미국 뉴저지 파리스고 파인아츠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뉴욕 첼시에서 활동하는 엘가 위머(Elga Wimmer)의 큐레이팅으로 이탈리아 아스티 레지던시와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미술 전문지 ‘미술평단’ 2026년 봄호 표지에 작품이 실렸으며, 윤진섭 미술평론가가 오랫동안 그의 작품세계를 비평해 왔다.
해외에서도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미국의 미술 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전 편집주간이자 미술평론가인 리처드 바인은 정희경의 작품이 동양미술의 조화와 명상성, 서양미술의 빛과 어둠의 역동성을 아우르며 빛을 통해 내면의 희망과 구원을 탐구하는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전시는 지난 9월 18일 개막했으며 한국미술관(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244-2)에서 11월 22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월요일은 휴관하며 10월 10일 오후 2시 초대 행사가 열린다.
황지혜 기자 jhhw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