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다섯 번째 비행까지 4회 연속 성공하며 ‘발사체 개발’을 넘어 ‘우주 수송 서비스’로 영역을 넓혔다. 단순히 목표 고도에 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군집위성 5기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밀하게 분리하는 고난도 임무를 수행한 데다 민간 기업의 발사 운용 참여도 크게 확대됐다. 앞으로는 반복 발사를 통한 신뢰성 축적과 함께 비용 절감, 발사 빈도 확대, 재사용 기술 확보가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7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누리호가 5차 발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오후 12시25분 발사된 누리호는 목표 궤도에 도달한 뒤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2∼6호 5기를 모두 궤도에 투입했다. 이 가운데 6호는 남극 세종기지와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계획된 시각에 발사가 이뤄진 것도 누리호 발사 이력상 처음이다.
이번 발사의 의미는 단순한 ‘성공 횟수’보다 임무의 질적 변화에 있다. 누리호는 고도 570㎞를 기준으로 ±15㎞ 범위에 주탑재위성을 투입해야 했다. 4차 발사의 ±35㎞보다 정밀도가 높아졌다. 5기의 군집위성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3단의 자세를 바꿔가며 35∼40초 간격으로 서로 다른 방향에 분리했다. 이후 큐브위성 10기도 순차적으로 내보냈다. 위성사출장치와 어댑터를 포함한 위성부 중량은 약 1071㎏으로 4차보다 111㎏ 늘었고, 다중위성 임무를 위해 저충격 위성분리장치도 새로 적용됐다.
이는 누리호가 ‘한국도 독자 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는 기술 실증 단계를 지나 고객이 요구하는 시간과 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운반하는 수송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2021년 1차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조기에 꺼져 궤도 진입에 실패했지만 2차부터 5차까지 연속으로 임무를 완수했다. 이제는 성공 횟수를 넘어 반복 제작과 운용을 통해 데이터와 신뢰성을 얼마나 축적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민간 이관도 한 단계 진전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차에 이어 5차 발사체 제작·조립을 총괄했고, 이번에는 발사통제센터 22개 콘솔 가운데 20개에 인력이 참여해 18개를 직접 운용했다.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순천 단조립장에서 누리호 단 조립이 이뤄지고 민간의 발사운용 참여 범위도 더욱 넓어질 예정이다. 정부와 항우연이 축적한 발사체 기술을 기업의 제조·운용 능력으로 이전하는 과정이 실제 발사 현장까지 확장된 셈이다.
그러나 ‘성공하는 로켓’을 ‘경쟁력 있는 발사 서비스’로 바꾸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누리호의 1회 발사 비용은 약 120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는 성공 여부뿐 아니라 가격과 발사 대기기간, 일정 준수 능력, 궤도 투입 정밀도가 동시에 경쟁력을 좌우한다. 발사를 정례화해 생산·운용 체계를 표준화하고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탑재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재사용 기술도 다음 승부처다. 항우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8년까지 재사용 기술 시연체를 고도 500m까지 띄운 뒤 다시 수직 착륙시키는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누리호에서 축적한 제작·운용 경험을 차세대 우주 수송 기술로 연결하기 위한 과정이다.
한 우주 전문가는 “누리호 5차 발사 성공은 완성이라기보다 ‘독자 발사체 보유국’에서 가격과 신뢰성, 발사 빈도로 경쟁하는 ‘우주 수송 경쟁국’으로 넘어가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