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약 4년간 석유제품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식 제재 심의를 받게 됐다. 공정위가 산정한 관련 매출액만 44조원으로, 법정 최대 과징금은 4조6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공정위는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경유·등유 가격 담합 및 정보교환 행위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피심인에게 발송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최종 제재 수위와 법 위반 여부는 향후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조사 결과 두 회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약 4년에 걸쳐 휘발유·경유·등유의 입금가, 확정가, 판매정책 등 핵심 가격 정보를 공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입금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할 때 임시로 우선 적용하는 가격이며, 익월 초 확정가를 통해 정산이 이뤄진다. 공정위는 급격한 국제유가 변동 국면에서 두 회사가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을 방어하기 위해 정보교환을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에는 두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공급 입금가를 직접 합의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관련 매출액 44조원 육박…‘중대한 위반’ 적용 시 조 단위 과징금 불가피
공정위가 특정한 관련 매출액은 약 44조1000억원에 달한다. 하루 평균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 규모다. 4년간 이어진 정보교환 행위에 따른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올해 3월 두 차례 실행된 직접 담합 관련 매출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번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 및 부당한 정보교환 금지 규정을 위반한 ‘중대한 위반행위’로 규정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냈다. 개정 전 과징금 고시 기준 중대한 위반행위의 부과기준율은 3.0% 이상 10.5% 미만이다. 관련 매출액 44조1000억원에 상한 기준율인 10.5%를 적용하면 과징금 규모는 최대 4조6305억원에 달하게 된다.
현재 국내 경질유 시장은 4대 정유사가 98%를 점유한 전형적인 과점시장이다. SK에너지(28.1%)와 현대오일뱅크(21.0%)의 점유율 합계는 49.1%에 이른다. 공정위는 세 차례에 걸친 현장조사와 관계자 조사를 벌였으나, GS칼텍스와 S-OIL의 공모 가담 증거는 확인되지 않아 두 회사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유업계 “공개된 사후 정보, 담합 사실 없다” 반발…공방 예고
공정위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도매가격 담합이 주유소 판매가격인 소비자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향후 8주간 피심인들의 의견서 제출과 증거 열람·복사 등 방어권 보장 절차를 거친 뒤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를 확정한다.
SK에너지는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며 향후 심의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입장을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검찰 수사에서 SK에너지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적용받아 형사 기소 대상에서 빠진 바 있다.
반면 HD현대오일뱅크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교환된 정보는 시장에 이미 공개됐거나 통상적 경로로 확인 가능한 사후 정보여서 회사의 가격 정책에 일절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특히 입금가 담합 의혹은 경쟁사 측의 일방적 진술에 의존한 것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40조원대 매출액 산정과 담합의 실질적 효력을 둘러싸고 전원회의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