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 꺼져가는 성장엔진…고성장기업 16% 급감

2025년 기업생멸행정통계(잠정). 국가데이터처 제공
2025년 기업생멸행정통계(잠정). 국가데이터처 제공

반도체 호황에도 국내 기업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매출과 고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고성장기업이 1년 새 16% 가까이 줄어든 데다 신생기업도 5년 연속 감소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내수 침체와 건설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기업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기업생멸행정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고성장기업은 4534개로 전년(5389개)보다 855개(15.9%) 감소했다. 고성장기업은 상용근로자 10명 이상 기업 가운데 최근 3년간 매출액과 상용근로자가 각각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기업을 말한다. 상용근로자 10명 이상 기업 중 고성장기업 비율도 2.1%에서 1.8%로 낮아졌다.

 

특히 제조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제조업 고성장기업은 1105개로 전년보다 223개(16.8%) 줄었다. 건설업은 111개(22.1%), 도·소매업은 103개(13.8%) 감소했다. 수도·하수·폐기업과 전기·가스·증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고성장기업이 줄었다. 

 

이런 흐름은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주력 산업에 성장세가 집중된 반면 내수와 건설업 등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건설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건설투자가 9.1%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관련 투자는 양호했지만 비IT 주문의 투자 회복은 미약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신생 고성장기업도 위축됐다. 창업한 지 4~5년 된 기업 가운데 빠르게 성장하는 ‘가젤기업’은 지난해 1146개로 전년보다 208개(15.4%) 감소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에서 36개, 제조업에서 30개 줄었다. 기존 기업뿐 아니라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도 감소했다는 의미다.

 

창업시장도 활력을 잃고 있다. 지난해 신생기업은 90만8000개로 전년보다 1만4000개(1.5%) 감소했다. 2020년 106만9000개에 달했던 신생기업은 5년 연속 줄었다. 전체 활동기업 중 신생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11.7%로 전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 신생기업이 1만6000개(11.0%), 부동산업이 1만5000개(8.6%) 감소했다. 소비 회복이 더딘 가운데 자영업 경영 부담과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신규 창업을 제약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또한 2023년 신생기업 중 1년 뒤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63.9%로 전년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창업한 기업의 5년 생존율은 36.5%에 그쳤다.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창업 후 5년을 넘기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활동기업은 774만8000개로 전년보다 10만6000개(1.4%) 증가했다. 하지만 종사자 1인 기업이 11만4000개 늘어난 반면 2인 이상 기업은 7000개 감소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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