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쿠팡 산재 은폐 정황 확인…산안법 등 위반 과태료 20억

고용노동부가 쿠팡과 쿠팡 계열사를 기획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총 206건을 적발했다.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고용노동부가 쿠팡과 쿠팡 계열사를 기획감독해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 위반 사례 총 206건을 적발했다.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2020년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고(故) 장덕준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관계자들에게 고인의 근무 기록을 삭제·축소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정부 감독 결과 공식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쿠팡 계열사 감독에서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총 206건을 적발해 61건을 사법처리하고, 145건에 대해 과태료 19억6000여만원을 부과했다.

 

 노동부는 22일 쿠팡과 계열사에 대한 산업안전·근로기준 감독 결과와 장씨 사망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장씨는 2020년 10월 경북 칠곡군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과로사 의혹과 쿠팡 측의 산재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이번 노동부 수사에서는 김 의장이 쿠팡 관계자에게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쿠팡 관계자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등 카테고리를 분류해 장씨가 휴식을 취하는 장면만 담기게 자료를 정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노동부는 김 의장의 이런 부적절한 지시에도 공소시효 5년이 지난 탓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고, 공소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 처벌도 어렵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산재 은폐죄가 성립하려면 산재 발생 사실을 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외부에도 누설되지 않게 하려는 적극적 방해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

 

 노동부의 산업안전 분야 감독은 지난 3월 16일부터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의 물류센터 및 배송캠프 105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205건을 적발했다. 이 중 61건은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하고, 144건에는 총 19억6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계열사별 과태료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12억9000여만원으로 가장 많고, 쿠팡로지스틱스 6억3000여만원, 쿠팡 3000여만원이다.

 

 감독 과정에서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한 정황 2건도 새롭게 드러났다. 합의금 지급 등으로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게 한 사례와 관리자 면담을 통해 신청을 취하하게 하고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다. 노동부는 두 사건을 범죄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산재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지연 제출한 사례는 25건으로, 1억7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다. 이 외에도 산안법 위반사항 178건이 확인됐다. 산재로 이어질 수 있는 컨베이어 방호조치 미실시, 지게차 접촉 방지 조치 미실시 등 59건은 범죄 인지 후 수사할 계획이다.

 

 야간노동자 등에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고 휴게시설 설치·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등 119건에 대해서는 약 1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계열사별로 과태료는 쿠팡 3000여만원, 쿠팡CFS 12억9000여만원, 쿠팡CLS 6억3000여만원이다.

 

 근로기준 분야에서는 올해 1월 16일부터 쿠팡 계열사 본사와 쿠팡로지스틱스 배송캠프 7곳을 대상으로 불법파견과 성과향상프로그램(PIP) 운영, 취업방해 의혹 등 노동감독이 실시됐다.

 

 직원 퇴출용으로 썼다는 의혹을 받은 PIP는 운영 사실은 확인됐으나, 이를 통해 해고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다만,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PIP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적어 놓지 않은 점에서 시정지시와 과태료 70만원을 부과됐다.

 

 직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의 경우 쿠팡이 일부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자사 재채용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은 확인됐다. 하지만 이 또한 타사의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외부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됐다.

 

 쿠팡CLS의 배송기사(퀵플렉서) 불법파견 의혹은 법 위반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향후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자 교육 등 예방조치 실시를 지도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쿠팡 외 다른 물류센터 등에서도 다수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확인된 만큼, 물류센터 전반에 대한 지도·감독을 지속할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쿠팡은 이번 감독을 계기로 다수의 법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존중하는 경영 방침을 확립해 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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