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건물 2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19명의 인명 피해를 낸 7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와 함께 살인미수 혐의 추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된 이모(70)씨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 신상공개법)에 따르면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으며, 범행을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된 경우 심의를 거쳐 피의자의 얼굴과 실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본 특허법인 측 역시 피의자 이씨에 대한 신상공개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하기 위한 법리 검토 및 증거 보강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통해 이씨가 범행 직전 특정 직원을 찾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아울러 현장감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이씨가 건물 출입구 앞 바닥에 인화성 액체를 살포한 뒤 불길이 확산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죽이려 한 것이 아니라 겁을 주려 했을 뿐”이라며 살인의 의도를 부인했으나,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현장 상황과 피의자의 과거 행적, 피해자들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피의자 조사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씨는 범행 직후 진행된 1차 조사에서는 “특허법인 2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해 나를 속였다”며 “이들에게 겁을 주고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범행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조사부터는 입을 다문 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 주 중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씨의 심리 상태와 정확한 범행 동기를 분석하는 한편, 이씨의 정신질환 치료 병력 기록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부터 낮 12시 1분 사이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과 한양빌딩에 연속으로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 화재로 5명이 중상을 입고 14명이 경상을 입는 등 총 19명이 다쳤다.
법원은 지난 22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구속기간 만료 전 살인미수 혐의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