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기라는 비상사태에서 할 수 있는 게 계엄밖에 없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27일 이날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을 보낸 행위가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이라는 내란죄의 성립 요건에 부합한다며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배경에 관한 변호인단 질의에 “이젠 정말 야당 행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할 말 하면서 가야겠다, 이런 생각이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떨어졌던 지지율이 4차 대국민 담화 이후 회복됐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국민들이 상당히 공감해줬던 만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됐으면 방해를 덜 받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지 않았겠나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비상계엄 선포의 실익이 있나’라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제 개인은 더 공격받고 어려울 수 있지만, 십자포화에 맞서 이제는 나도 좀 싸워나가야겠다 싶었다”고 답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장기 독재할 목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은 아니라면서 “대통령은 힘든 자리였고, 5년 이상 하면 제 명에 못 살지 싶었다”며 “험한 말로 ‘미쳤다고 장기로 앉아서 이 짓을 하겠나’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비상계엄 포고령은 당시 국회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 인파에 심리적 부담을 줘 혼란을 막기 위해 발령했다는 주장도 폈다.
또한 신문 말미에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 내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계엄 이후 ‘거대 야당이 어쩌든 대통령 직위를 좀 즐기고 하지, 미쳤다고 그거 해서 이렇게 고생하게 하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나는 해야 할 일을 안 하곤 (못 배긴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할 때도 ‘이것을 어떻게 덮나, 역사의 죄인이 어떻게 되나’라고 얘기했다”며 “그렇게 살아왔으니 대통령 자리까지 갔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날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피고인 신문까지 마무리하고 오는 29일 공판에선 특검팀 측 최후변론을 들을 계획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