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27일 화재가 일어난 가운데 강한 바람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50분쯤 구룡마을 2지구 가건물에서 불이 났다. 소방은 오후 3시59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불이 번지는 상황을 고려해 오후 4시29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확산에 대응해 인력 232명과 헬기 6대 등 장비 110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256명, 보건소는 308명을 각각 동원했다. 그러나 바람의 영향으로 불길이 잡히지 않고 옮겨 붙고 있다.
소방 당국은 오후 7시30분 브리핑에서 “구룡마을 2지구에서 최초 발생한 화재가 1지구로 확대되다가 바람의 영향으로 (남쪽) 3지구 쪽으로 번지고 있다. 현재는 7지구 인근까지 연소가 진행되고 있다”며 “최초 (서쪽) 구룡산 방향으로 불이 번지다가 바람 방향이 바뀌었다. (남쪽의) 5지구와 7지구로 연소가 확대되고 있는데, 가장 큰 피해지역은 1·2·3지구”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청은 1·2·3지구에서 77가구 107명이 피해를 봤다고 전하면서 개포중학교와 구룡중학교 체육관을 대피소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상자나 실종자는 없고, 주민 39명이 자력으로 대피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현재까지 고립된 인원도 따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강남권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철거민이 이주하며 조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축구장 약 40개 면적에 8개 지구가 들어섰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따르면 한 때 1107세대에 이르던 구룡마을 거주 세대는 현재 재개발 사업으로 54세대 수준으로 줄었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구룡마을에는 최고 28층 규모 공공주택 2000여세대의 주거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룡마을에는 보온용 솜은 가리키는 이른바 ‘떡솜’과 비닐, 합판 등 불에 타기 쉬운 자재로 지어진 판잣집이 붙어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동시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올해도 1월16일 구룡마을 4지구에서 난 불이 인근 5·6지구로 옮겨 붙어 주민 258명이 대피한 바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