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요 증가와 산업 구조의 대전환이 맞물리면서 국내 건설·에너지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 및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 기업들의 사업 경쟁력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대형 원전 시공 경험과 실적을 보유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 주목받고 있다. 두 회사는 기존 대형 원전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기반으로 향후 수주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해욱 회장이 이끄는 DL그룹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그룹 내 주요 관계사를 통해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에너지 사업 개발부터 금융 조달, 시공, 운영, 유통까지
DL그룹은 에너지 사업 개발 및 금융 조달, 운영을 담당하는 DL에너지, 그리고 국내외 플랜트 및 원전 EPC 수행 역량을 갖춘 DL이앤씨를 축으로 하는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물류 및 트레이딩 기능을 담당하는 대림까지 포함하면 사업 개발-시공-운영-유통으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
DL에너지는 2014년 포천 LNG 복합화력발전소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에너지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글로벌 에너지 디벨로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한국, 파키스탄, 칠레, 요르단, 호주 등의 주요 발전소에 대한 성공적인 투자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돋보인다. DL에너지는 현재 미국에서 가스복합 발전소를 투자,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민간 에너지 디벨로퍼다. 2019년 미국 미시간주 나일즈 가스복합 발전소 신규 건설투자 참여를 시작으로 미국 발전 시장에 진출했다. 발전용량 1085MW 규모로 개발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건설, 상업운전까지 완료한 최초의 사례다. 2022년에는 1055MW 규모 펜실베이니아 페어뷰 가스복합 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두 발전소는 높은 발전효율을 바탕으로 미국 내 전력거래소에서 최상위 전력공급자로 인정받아 안정적인 운영과 수익성을 유지 중이다.
DL에너지는 가스복합, 석탄, 중유 등 기존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전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 및 운영한 경험이 풍부하다. 2026년 상반기에는 160MW 규모의 여수 금오도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수주하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한 연료전지, SMR을 포함한 차세대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글로벌 발전 분야 전반에 걸친 개발 및 운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753조 글로벌 SMR 시장 선점 나선다
그룹 내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DL이앤씨는 에너지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기존 강점을 보유하고 있던 대형 원전, 석탄화력, 정유 플랜트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SMR, LNG 발전, 암모니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분야다. DL이앤씨는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와의 협업을 통해 4세대 SMR 기술 및 EPC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향후 글로벌 SMR 시장 진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의 표준화 설계는 SMR 건설의 뼈대가 되는 설계로, 발전소 내 각 설비가 어떻게 상호 연계돼 작동할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국내 건설사가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건 DL이앤씨가 처음이다. 또 엑스에너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4세대 SMR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엑스에너지는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경수로와 달리 헬륨가스를 냉각재로 사용하는 4세대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완성된 설계는 2030년 가동될 예정인 초도호기를 시작으로 후속 프로젝트 전반에 적용될 예정이다. 엑스에너지는 2024년 아마존의 투자와 협력을 바탕으로 5GW(기가와트) 규모의 SMR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영국 에너지 기업 센트리카와 6GW 규모의 원전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전 세계 SMR 시장 규모는 85GW로 300기에 이르고, 금액으로 5000억 달러(약 75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DL이앤씨는 전략적 파트너사인 엑스에너지와 함께 글로벌 SMR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DL이앤씨는 미래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분야에서도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암모니아 생산시설인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 공장을 연이어 수주해 성공적으로 준공함으로써 에너지 전환 대응 역량을 입증했다. 청정 수소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암모니아는 핵심 운반체로 활용될 전망이다. DL이앤씨는 글로벌 라이선서들과 협력해 수소-암모니아 전환 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미래 에너지 시장 대응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수요 확대로 DL그룹 경쟁력 부각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산업 전반의 전력 수요 증가에 따라 발전설비 및 에너지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과 차세대 에너지원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DL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사업 개발부터 금융 조달, 시공, 운영까지 아우르는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단순한 발전소 시공을 넘어 사업 개발과 투자, 운영 등 다양한 역량이 요구되는 분야다. DL그룹은 주요 관계사 간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DL그룹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인프라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DL에너지는 미국 내 가스복합 발전소를 투자·운영하고 있고, DL이앤씨는 미국 SMR 선도기업 중 하나인 엑스에너지의 전략적 파트너다. 현재 텍사스주에서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아울러 DL케미칼은 2022년 미국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을 인수해 운영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DL그룹 관계자는 "그간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M&A, 사업 개발, 시공, 운영을 해오며 차별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면서 "그룹이 보유한 에너지 인프라 디벨로퍼 역량을 기반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