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내놓은 사상 최대 실적과 역대급 주주환원 보따리에 반도체주로 매기가 한껏 쏠리면서 국내 증시가 28일 급등해 코스피는 6000선을 회복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대규모 추가 주주환원책이 더해져 반도체 투자심리에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63% 오른 6012.44에, 코스닥 지수는 3.69% 상승한 771.28에 각각 장을 마쳤다. 급등장에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선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걸렸다.
전날은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의 기업공개 추진 소식이 호재였다면 이날 시장의 최대 화두는 단연 SK하이닉스였다. 29일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세부 성적표와 추가 주주환원 방안에 대한 기대감도 이날 증시에 선반영된 모습이다.
그간 호실적에도 AI 투자 수익성 논란에 주춤했던 반도체 투 톱의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9.01%, 10.89% 오르며 시장 전체를 끌어올렸고, 삼성∙SK그룹주인 대형주도 덩달아 강세를 나타냈다. 훈풍은 코스닥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에도 온기를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날 자사 로봇사업장을 직접 찾았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휴머노이드 시장 성장 기대감이 확산하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도체 투 톱이 국내 주식시장의 미치는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셈이다.
한동안 얼어붙은 반도체 투심에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인 건 최근 앤트로픽이 기업공개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뒤이어 하이퍼스케일러 메타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증자 공모 규모를 기존 225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늘리기로 한 것도 반도체 투심에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엔비디아와 AMD가 메타의 증자에 각각 30억달러와 10억달러를 투자키로 하면서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다. 여기에 브로드컴이 미국 대형 금융사들과 함께 앤트로픽의 고성능 반도체 구매 자금 조달을 위해 63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소식도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한 분위기다.
관건이 어렵게 살아난 반도체 투심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계속 확산할 수 있느냐다. 투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도체 업종 주가 반등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 아울러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확대 기조도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업종의 조정은 펀더멘털 훼손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금융 여건 개선은 투자심리 회복의 주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향후 (하이퍼스케일러) 실적 발표에서 AI 인프라 투자계획과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AI 투자 회수 우려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