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향하는 K-산업] 美의 0.8% 우주예산…K-우주산업, 자본·기술 격차 넘을까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일 전남광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5차 발사 상세 결과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항우연 제공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7일 전남광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5차 발사 상세 결과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항우연 제공

 

한국 우주산업이 ‘누리호 성공’ 이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독자 발사 능력을 확보했지만 미국·중국과 경쟁할 민간 투자, 반복 발사 기술, 상업 수요는 여전히 부족하다. 우주항공 5대 강국 목표를 실현하려면 발사체 개발을 넘어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격차는 자본이다. 우주항공청의 ‘2025 우주산업 및 항공제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우주예산은 6억 달러로 미국(773억 달러)의 0.8%에 그쳤다. 중국(173억달러)의 3.5% 수준이며 일본(49억 달러), 러시아(32억 달러)에도 못 미친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과 발사·위성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기에는 재원 기반이 얇다는 의미다.

 

정부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주항공청의 2026년 예산은 1조1201억원이며,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5290억원 늘어난 1조6491억원이 편성됐다. 차세대발사체 개발에는 올해 1204억원에서 내년 291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내년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기술 격차는 발사 횟수에서 확인된다.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궤도 발사 시도는 미국 181회, 중국 92회, 한국 2회였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은 혼자 165차례 발사됐다. 로켓 1단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사비용을 낮추고 발사 주기를 단축한 결과다. 반면 한국 누리호는 여전히 일회용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례 발사 목표도 우선 연 1회 이상이다.

 

중국 역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로 발사체와 독자 위성항법체계 ‘베이더우’를 구축했다. 민간 우주기업들도 액체메탄 기반 재사용 발사체를 시험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7일 누리호 5차 발사를 성공시키며 민간 제작 역량을 입증했지만 대형 엔진, 재사용 기술, 대량생산·운용 경험 등에서 앞선 우주 개발국가들을 추격하는 단계다.

 

우주항공청은 2032년까지 2조2921억원을 투입하는 차세대발사체 사업을 재사용·메탄 추진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기술 완성만으로 시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발사 수요가 적으면 기업은 반복 시험으로 신뢰성을 쌓기 힘들고, 해외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운용 실적도 부족해진다.

 

미국의 강점은 정부가 발사·수송 서비스를 구매해 민간 시장을 키운 구조다. 반면 한국은 정부 연구개발에서 얻은 기술을 기업이 상용화하고 수출하는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위성통신 장비와 지상국, 위성정보 분석 등 기존 정보기술(IT)·제조업과 연계 가능한 분야부터 실질적인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우주 부품의 해외 수출에도 ‘우주검증 이력’이 걸림돌이다. 제품이 실제 궤도에서 정상 작동했다는 실적이 없으면 해외 고객 확보가 어렵다. 정부는 올해 국산 부품의 우주 실증 지원에 5억원을 투입했고 내년에는 15억원을 편성했다. 아직 초기 지원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22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한 ‘2027 경제계 정책의견서’에서 우주예산 확대와 위성통신산업 집중 육성을 건의했다. 위성통신 서비스·지상장비 등 관련 시장이 우주산업의 70%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분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책연구소 기술의 민간 이전을 늘리고 위성·발사체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추가 지정해 연구개발·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할 것도 요청했다.

 

입법 과제도 남아 있다. 현행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에는 산업 진흥, 시험·인증, 인력양성을 통합 지원할 전문기관의 설립·운영 근거가 미비하다.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이 2월 25일 우주항공산업진흥원 설립 근거를 신설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4월 소관 상임위원회 상정 이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우주과학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예산 증액을 산업 매출로 바꾸는 일”이라며 “연구기관의 기술이전과 시험시설 개방, 정부의 초기 구매 계약, 민간의 해외 수주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사 성공 횟수가 아니라 반복 발사와 기술 수출, 위성 서비스 매출로 성과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승∙김재원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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