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은 노화와 함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대표적인 안질환으로,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보이고 눈부심이나 빛 번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심해지면 백내장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 후 시력 회복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눈으로 들어온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의 상태 역시 시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내장 수술 전에는 수정체뿐 아니라 망막검사를 통해 눈 전체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백내장이 주로 발생하는 중장년층에서는 황반변성, 망막전막,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질환이 함께 발견될 수 있다. 이러한 질환은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환자가 느끼는 시각적 불편의 원인이 반드시 백내장만은 아닐 수 있다.
특히 일부 망막질환은 초기 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백내장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만약 망막질환이 동반된 상태에서 백내장만을 원인으로 판단한다면 수술 후 기대했던 만큼 시력이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수술을 결정하기 전 시력 저하의 원인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백내장 수술 전에는 세극등검사를 통해 수정체의 혼탁 정도를 확인하는 동시에 안저검사와 OCT(빛간섭단층촬영) 등을 활용해 망막의 구조적 이상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OCT는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의 단면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어 황반변성이나 망막전막, 황반부종 등의 질환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망막질환이 발견됐다면 질환의 종류와 진행 정도에 따라 망막 치료를 먼저 시행하거나 백내장 수술과 치료 시기를 조율해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백내장 수술 전 망막검사는 단순히 다른 질환을 발견하는 것을 넘어 수술 후 시력 회복 가능성을 평가하고 개인별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망막 상태는 백내장 수술 시 사용하는 인공수정체 선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백내장 수술에서는 환자의 눈 상태와 생활환경에 따라 단초점, 다초점 등 다양한 인공수정체를 고려할 수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렌즈가 적합한 것은 아니다. 특히 황반변성이나 망막전막처럼 중심 시력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 동반돼 있다면 인공수정체 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일부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빛 번짐이나 대비감도 저하 등의 특성이 있어 망막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시각적 불편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안경 의존도를 줄이는 것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망막 상태와 예상 시력,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절한 인공수정체를 선택해야 한다.
백내장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이후에도 망막 건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기존에 망막질환이 있거나 수술 후 망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시력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환자는 수술 후 황반부종의 발생이나 악화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황반변성이나 망막전막 등이 동반된 경우에도 정기적인 망막검사를 통한 경과 관찰이 중요하다. 또한 수술 후 갑자기 비문증이 증가하거나 빛이 번쩍이는 광시증, 시야가 가려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신속하게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김상원 연세성모안과 원장은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는 치료이지만, 수술 후 시력 회복을 위해서는 망막과 시신경을 포함한 눈 전체의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며 “특히 황반변성이나 망막전막 등 망막질환이 동반돼 있다면 백내장 수술만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시력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수술 전 정밀검사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내장 수술에서는 수술 시기뿐 아니라 인공수정체 선택과 동반 안질환의 치료 계획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수술 전 망막검사를 통해 시력 저하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의 눈 상태에 맞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수술 후 시력의 질과 장기적인 눈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