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2027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성장’을 36차례 언급하며 민생 일자리·서민 금융·주거 안정 등 ‘3대 민생 프로젝트’를 새 성장 전략의 토대로 내세웠다. 성장의 과실이 고루 돌아가지 못하는 ‘K자 성장’의 한계를 넘어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총지출 820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미래선점 예산이자 국가 성장을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낼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총지출은 올해보다 12.8% 늘어 증가율과 규모 모두 역대 최대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 3.8%, 연간 수출 1조달러 가시권,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 돌파 등을 성과로 꼽으면서도 “내 삶이 나아지지 못한다면 성장이 무슨 소용이냐는 이 무거운 질문에 우리가 답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연설에서 ‘성장’은 성장동력·잠재성장률·지방주도성장 등 합성어를 포함해 36차례 등장했다. 지방(15회), AI(11회), 청년(9회), 민생(8회) 등이 뒤를 이었다. ‘격차’(5회)와 ‘양극화’·‘불평등’(각 3회)도 자주 쓰였다.
◆‘소수의 성장’ 대신 ‘모두의 성장’…성장 공식 다시 쓴다
이 대통령은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낡은 이분법적 논쟁에서 벗어나 달라진 시대와 상황에 맞는 새로운 성장 공식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기회와 성과가 쏠리는 소수의 성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을 추격하던 어제의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국정과 예산도 달라진 위상에 걸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서민금융·주거…‘3대 민생 프로젝트’ 전면에
이 대통령은 ‘3대 핵심 사회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3대 민생 프로젝트’가 ‘모두의 성장’을 구체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안전망을 넘어 ‘사각지대 없는 두툼한 사회안전매트’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와 ‘7대 SEED’도 3대 민생 프로젝트의 기반 위에서 더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산안에도 이런 기조가 담겼다.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7% 올려 4인 가구 생계급여를 월 221만8000원으로 높이고 주요 사회보장급여는 신청 없이 받는 ‘자동주의’로 바꾼다. 일경험·훈련·구직 지원 대상은 56만명에서 72만명으로, 노인일자리는 118만개로 늘린다. 저소득 어르신에게는 기초연금을 월 최대 3만원 더 지급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의 장기연체 채무 특별조정에 5000억원을 지원하고, 청년 공적임대주택 10만6000호와 역세권 중산층용 보편형 공적임대주택 2만호를 공급한다.
◆성장 투자도 ‘두 배’…AI 21조·지방 33조원 투입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 투자에는 올해의 두 배 가까운 21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수도권 팹 조기 가동과 서남권 클러스터 구축 등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에 2조원, 프론티어 AI 개발에 4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은 역대 최대인 39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국토대전환과 지방주도성장 예산은 올해의 두 배가 넘는 33조원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수도권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지방, 지역도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도권 중앙행정기관 44개의 단계적 세종 이전 계획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관건은 실행과 속도”라며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기한인 다음달 2일까지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