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만남]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 “스토리·숫자 없는 상품, ‘SOL’엔 안 담아”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이 서울특별시 여의도 신한자산운용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이 서울특별시 여의도 신한자산운용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이제는 주식 계좌에 상장지수펀드(ETF) 하나쯤 없는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만큼, ETF는 국민 재테크의 기본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이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며 운용사 간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형사가 장악한 틈바구니에 뒤늦게 뛰어든 신한자산운용의 ‘SOL ETF’는 출발 당시 명백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무기로 판도를 뒤흔들며 올해 초 12조원 수준이던 ETF 순자산총액(AUM)을 지난 6월 26조원까지 끌어올렸다. 5대 운용사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강력한 ‘메기’로 안착했다. 

 

2일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난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은 이러한 가파른 성장의 배경에 대해 “시장과 투자자들의 니즈 변화를 최대한 기민하고 정확하게 포착해 그에 걸맞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낸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며 운을 뗐다.

 

그 중심에는 확고한 상품화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김 그룹장은 “우리는 ‘내러티브 앤 넘버스(Narrative & Numbers)’라는 가치를 충족해야지만 상품화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러티브’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성장의 스토리가 있느냐는 것이고, ‘넘버스’는 그 스토리에 부합하는 실적이 실제로 뒷받침되고 있느냐를 뜻한다”며 “스토리와 숫자가 동시에 확인되지 않는다면 상품화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성장성이 부각된 산업이라도 실제 기업의 재무적 수치가 이를 뒷받침하는지를 함께 확인해 중장기 투자 매력을 담보하겠다는 취지다.

 

◆원칙 이끈 ‘숫자와 스토리’의 증명…남다른 상품의 잇단 안착

 

시장에서 소외됐던 섹터에서 기회를 건져 올린 ‘SOL 조선TOP3플러스’는 이 원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10년 넘는 불황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던 2023년, 조선업의 바닥 통과를 확신하고 선제적으로 내놓은 상품이다. 업황 턴어라운드 초입을 정확히 파고든 이 상품은 시장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며 단숨에 시장의 대표 지수로 자리매김했다.

 

김 그룹장은 “당시만 해도 10년 넘는 장기 적자 탓에 업계에선 조선 섹터 자체가 소외돼 있었다”며 “하지만 리서치를 거치며 2024년을 기점으로 뚜렷한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인될 것이란 확신이 섰다”고 회고했다.

 

실적 개선이라는 ‘숫자’ 뒤에는 구조적 호황을 이끄는 명확한 ‘성장 스토리’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산업이 오랜 기간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20~30년 이상 된 노후 선박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수요도 맞물리며 강력한 성장 사이클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교체 주기와 친환경 수요라는 구조적 호황에 미·중 갈등에 따른 국내 조선사의 반사이익 등 대외 호재까지 맞물리면서, 시장의 선택은 빠르게 SOL로 쏠렸다.

 

소외된 섹터를 선제 발굴하는 뚝심은 이미 과열된 격전지에서도 빛을 발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다.

 

기존 시장에 이미 15개가 넘는 반도체 ETF가 쏟아져 나와 있었지만, SOL은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갈증에 주목했다. AI 열풍이 촉발한 반도체 성장의 핵심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쏠려 있었음에도, 기존 상품들은 이 같은 시장의 변화와 수요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SOL은 상장 당시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SK스퀘어와 삼성전기를 포트폴리오에 담는 차별화를 꾀했다. 그 결과 상반기 불과 3개월 만에 6조7000억원가량을 쓸어 담으며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다. 김 그룹장은 “시장에서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을 이끄는 SK하이닉스에 더 집중하고 싶어 하는 니즈가 분명했다”며 “순자산가치의 90% 이상이 SK하이닉스로 구성된 지주사 SK스퀘어를 편입해 투자자들의 갈증을 풀어냈다”고 말했다.

 

기계적 업종 분류를 깨고 삼성전기를 담아낸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기판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공급하는데도 ‘전기전자’로 묶여 기존 반도체 ETF에서 외면받던 곳”이라며 “AI 시대를 맞아 핵심 필수 부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당연히 반도체 밸류체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이 향후 시장 전망과 운용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이 향후 시장 전망과 운용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변동성은 일시적 부침…‘바벨 전략’ 유효”

 

다만 최근 들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과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짙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김 그룹장은 “단기 등락이 아닌 큰 산업 사이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AI 인프라 확충과 HBM을 축으로 한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전환은 이제 막 진행 중인 거대한 사이클이며, 결코 1~2년 안에 끝날 흐름이 아니다”라며 “현재 겪고 있는 변동성은 대세 상승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부침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이어 “단기 조정에 흔들릴 필요는 없으며, 긴 호흡에서 보면 구조적 성장의 방향성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 전략에 있어서는 지난 1~2년과 다른 유연한 균형 감각을 주문했다. 김 그룹장은 “앞서 성장주에 공격적으로 올인하는 전략이 통했다면, 지금은 반도체처럼 구조적 성장이 담보된 업종과 더불어 꾸준한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배당형 자산 등을 결합하는 ‘바벨(Barbell)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의 과실과 하방 안정성을 동시에 챙기는 포트폴리오로 시장의 부침을 견뎌내야 한다는 의미다.

 

변동성 장세를 마주한 투자자들을 향한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그룹장은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고 해서 낙심하거나 투매에 나설 것이 아니라, 오히려 냉정하게 자신의 투자 원칙과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야 한다”며 “그 원칙에 부합하는 투자 대상 자산군에 대해서는 조정 시마다 분할 매수로 비중을 채워가며 다음 상승 사이클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순위 다툼보다 대체 불가 브랜드로…투자자의 ‘품질보증서’ 될 것”

 

후발주자의 꼬리표를 떼어낸 신한자산운용은 이제 단순한 몸집 불리기 경쟁에 선을 긋고 있다. 덩치를 키우기 위한 무리한 출혈 경쟁 대신, 투자자가 믿고 담을 수 있는 ‘대체 불가 상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그룹장은 “후발주자였던 만큼 단순히 덩치를 불려 업계 순위를 몇 단계 올리거나 점유율 목표치를 맞추는 식의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선두권 순위 다툼을 뒤쫓기보다는,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전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성적 성과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향하는 최종 종착지는 투자자들에게 ‘SOL’이라는 이름 자체가 확실한 품질보증서로 통하는 것이다. 그는 “‘SOL의 상품이라면 기존과 무언가 다를 것’, ‘스토리와 숫자가 검증됐으니 믿고 담아도 좋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천편일률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대체 불가능한 ETF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