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을 앞둔 2030 예비부부들의 예식 준비가 실속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남의 예식을 미리 찾아가 뷔페 음식과 하객 동선을 꼼꼼히 따져보는 ‘암행검증’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는가 하면, 수천만원에 달하는 겉치레 비용을 덜어내기 위해 당근마켓에서 중고 드레스를 직거래하고 공공예식장을 선택하는 실속형 소비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하객 위장해 ‘암행 답사’…실패 줄이려는 청년들
결혼 예약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암행투어’다. 식장을 잡기 전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하객인 척 방문해 주차장 진입로부터 엘리베이터 혼잡도, 식사 퀄리티 등을 사전에 점검하는 절차다. 한번 계약하면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하는 데다, 상담 당일 현장 계약 할인 혜택을 놓치지 않으려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일종의 필수 검증 단계로 굳어졌다.
내년 10월 결혼을 앞둔 박모(30)씨 역시 서울 일대 웨딩홀 6곳의 예식을 암행투어한 뒤 최종 계약을 마쳤다. 박씨는 “상담실 안에서 조감도나 설명만 들어서는 식장의 실제 운영 상태와 혼잡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사전에 현장을 꼼꼼히 확인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만족스러운 식장을 추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확인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뒤따른다. 이달 초 서울의 한 웨딩홀에서 식을 올린 A씨는 일면식도 없는 인물이 축의금 1만원을 내고 8만원짜리 식권 2장을 받아 간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그럼에도 수천만원이 오가는 계약에서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실패 확률을 낮추려면, 사전 현장 검증은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예비부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드레스는 ‘중고 직거래’, 식장은 ‘공공예식장’으로
비용 거품을 걷어내려는 움직임은 드레스 소비 방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웨딩드레스 샵 대여비는 물론 피팅비와 헬퍼비, 드레스 라인 유지비 등 계약 이후 줄줄이 청구되는 각종 깜깜이 추가금에 부담을 느낀 예비신부들이 당근마켓 등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실제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마켓에는 본식용 벨라인과 머메이드 드레스부터 피로연용 2부 원피스, 야외 스냅 촬영용 미니 드레스와 숏베일 등 웨딩 관련 매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예식이나 셀프 촬영을 마친 선배 신부들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드레스를 직거래로 사들여 체형에 맞게 수선해 입은 뒤, 행사가 끝나면 다시 중고 장터에 되파는 방식을 취한다.
이와 함께 사설 식장의 높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지자체가 개방한 공공예식장을 찾는 발길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서울시 공공예식 사업인 ‘더 아름다운 결혼식’ 이용 건수는 2023년 75건에서 2024년 155건, 2025년 280건으로 늘었다. 지난 5월 말 기준 예약 및 완료 건수는 548건에 달해 3년 만에 7배 이상 증가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간 개방도 활발하다. 수원시는 최근 공공시설인 광교역사공원 ‘수원 새빛뜰’에서 첫 결혼식을 열었다. 저렴한 대관료와 여유 있는 예식 시간, 개성 있는 야외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며 청년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역시 광주청사 잔디광장과 시민홀, 장미공원 등 ‘빛의 정원’을 시민용 공공예식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야외광장은 하루 1만원, 실내 공간은 2시간당 1만원 안팎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치솟는 예식 비용을 절감하려는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