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이태한 특별검사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록 위·변조’ 및 ‘발급기 납품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
선관위 특검팀은 4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중앙선관위 및 서울시선관위 등 주요 대상에 대한 압수수색을 약 12시간 만에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특검보 1명과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4명, 포렌식 수사관 14명, 수사관 25명 등 총 44명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수사 대상에는 중앙선관위원장실과 사무총장실을 비롯한 핵심 부서 10곳이 포함됐다. 특검팀은 오후 8시 45분께 중앙선관위 본청 압수수색을 완료한 데 이어, 9시 10분께 사전투표지 발급기 특혜 의혹을 받는 납품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쳤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당시 일련번호가 인쇄되지 않은 이른바 ‘무번호 투표용지’가 전국 140여 개 투표소에 배포돼 사용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반드시 인쇄되어 있어야 한다. 무번호 용지는 훼손표 발생 등 제한적인 예외 상황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단순히 용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특검팀은 용지 부족 사태 이후 중앙선관위가 경찰 수사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선관위가 전국 각급 선관위에 투표 진행 상황을 기록하는 공문서인 ‘투표록’을 사후 기재·수정하도록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지시를 받은 일선 선관위들은 무번호 용지에 임의로 일련번호를 적어 넣거나, 특이사항란에 ‘선관위에 대책을 요청했다’, ‘무번호 용지를 수령했다’는 문구를 뒤늦게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위·변조된 투표록은 중앙선관위에 취합된 뒤, 국회 등에 사실관계가 은폐된 채 그대로 제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기존 경찰 합동수사본부에서 넘겨받은 자료와 전국 9개 선관위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이 같은 직무유기 및 공문서 위·변조 혐의를 새롭게 찾아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선거과장과 서울·경기·인천·부산 선관위 선거과장 등 핵심 관계자 10여 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제작 및 소모품 납품 사업과 관련된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중앙선관위 선거기반과를 비롯해 해당 업체의 사무실과 공장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중앙선관위가 2024년형 사전투표용지 발급기 제작 사업 과정에서 입찰 공고 전 특정 업체에 사업계획을 유출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당 업체가 장비 사용 기간인 10년 동안 소모품까지 독점 공급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설계해 준 정황도 의심하고 있다.
전국 각급 선관위에 약 1만7000대의 발급기를 공급하는 이 사업은 기기 도입에만 약 321억원이 투입된 최근 5년간 선관위 최대 규모 발주 사업이다. 2023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의 소모품 독점 공급액을 포함하면 총사업 규모는 459억원에 달한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