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플렉시블'에 16조 투자…애플-LG에 대응

A3 6세대 설비투자, 내년까지 6조…최대 16조 달할 듯
올 출시예정 애플 '아이워치'…LG Flexible OLED 채택
SFA·원익IPS·테라세미콘·AP시스템 등 OLED 장비업체 수혜 기대

(사진=하이투자증권)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플렉시블 올레드’(Flexible OLED)에 대한 신규 설비투자를 본격화해 최대 1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이 올해 출시할 ‘아이워치’(iWatch)가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LG전자의 연합전선에 적극 대응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디스플레이 및 OLED 장비·소재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우선 A3 공장에 내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대 16조원을 쏟아 붇는다.

조만간 삼성디스플레이가 A3라인에 6세대 OLED 1단계 신규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2단계와 3단계 투자도 진행해 플렉시블 OLED에 내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6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다.

연면적 46만㎡(14만평) 부지의 A3 공장은 A2 공장과 비교하면 33% 넓기 때문에 6세대 기준 생산라인 6~8개 구축이 가능해 투자 총액은 최대 12조~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와 경쟁하기 위해 A3 공장에 ‘OLED TV’ 투자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관측이다.

올해 9월부터 A3 신규라인의 가동에 들어가 6인치 플렉시블 OLED 기준으로 연 생산능력 2000만대 이상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에도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범용화에 대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웨어러블’(입는) 컴퓨터 시장의 개막에도 적극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며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100%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현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플렉시블 OLED가 본격적으로 채택되는 시점은 내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적용이 가능한 플렉시블 OLED를 구부릴 수 있는 곡면과 접을 수 있는 폴더의 2가지 방식으로 본격 생산하면 향후 스마트폰 시장의 폼팩터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플렉시블 OLED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애플과 LG전자의 연합전선이 구축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조치로 읽혀진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 업체인 애플이 ‘아이워치’와 ‘애플TV’ 등 헬스케어를 접목한 다양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적용 제품들을 검토 중인 가운데, 올해부터 애플은 ‘아이워치’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할 전망이다.

애플은 이미 지난해 3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앞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스마트폰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중 애플의 첫 번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적용 제품은 올해 하반기 중으로 출시될 예정인 아이워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워치에 적용되는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애플의 특허로 미뤄 짐작할 때 아이워치의 배터리는 본체뿐 아니라 시계줄의 공간까지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이 내놓을 아이워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Galaxy Gear)에 비해 한 단계 향상된 전력 소모 성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플렉시블 OLED는 기존 유리기판을 적용한 디스플레이에 비해 ‘얇고 깨지지 않으며 디자인 확장성이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력 제품에 채택되기 위해서는 ▲대량 양산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야 하며 ▲안정적인 수율 확보 및 공정 개선을 통해 동일한 해상도를 갖는 기존 ‘리지드 타입’(Rigid type)과 비슷한 가격대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된다면 많은 세트 업체들은 플렉시블 OLED 패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를 통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다시 한 번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에스에프에이, 원익IPS, 테라세미콘, AP시스템 등 OLED 장비 업체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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