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은평구의 한 치킨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통이면 붐비고 바빠야 할 금요일 저녁임에도 한산한 분위기가 눈에 들어왔다. 홀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그렇다고 배달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가끔 포장을 해가는 손님이 있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해서 임대료나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 가게의 영업 부진원인을 나름대로 파악해 보았다. 그 결과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업종변경이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가게주인은 그대로인데 업종을 바꿨지만 기존 업종에서의 새 업종으로의 탈바꿈에 있어 일부 문제로 실패했다는 뜻이다.
해당 가게는 본래 소규모로 한정식 등을 파는 곳이었다. 그러다보니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밝은 조명이 특징이었다. 외관에서도 기존 일반 식당처럼 자리잡은 것이 전형적인 한정식집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런데 이같은 한정식집을 치킨집으로 변경하면서 간판 외에는 거의 바꾸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소위 말하는 ‘치맥’을 즐기는 데 있어 한식집 분위기와 조명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보통의 치킨집은 맥주 등을 마시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밝은 조명을 사용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이 가게의 식탁구성도 치킨집보다는 한식집에 훨씬 어울리는 모양새였다. 치킨집으로 꾸미려했다면 파티션을 두거나 기존 식탁들간의 거리를 띄우는 등 여러가지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소비자들이 밖에서는 치킨집 간판을 보고 내부로 막상 들어오면 한식집이나 일반 음식점인 줄 알고 황급히 나가는 일들도 있었다. 또한 간혹 들어와서도 자리에 앉아 홀에서 한잔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보니 포장을 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여성 손님들은 음주에 따른 얼굴변화로 밝은 조명 분위기에 민감한 편이다.
이같은 미스매칭의 원인은 앞서 말한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업종변경으로 판단됐다. 업종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상호와 간판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해당 업종에 맞는 콘셉트를 연구해 가게에 제대로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가게 분위기가 업종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다른 업종을 떠올리게 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최근 다른 업종사례로 커피소비량 증가로 이미 포화상태임에도 증가추세인 커피전문점의 경우 커피맛은 기본이고 분위기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말이 있다.
이 가게도 업종변경을 하면서 인테리어도 많이 바꿔야 했다. 식탁구성, 조명은 물론 전반적 분위기를 치킨집에 맞게 재적용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소비자 외면을 받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수년간 한식집으로 장사한 터라 기존에 알고지낸 단골 고객들이 많이 있었지만, 더 이상의 신규 유입고객들은 줄면서 확장성이 한계에 부딪혔을 것이다.
이런 언발란스한 가게들이 간혹 보일 때가 있는데, 대부분 비용을 아끼기 위해 기존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하는 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라 할 수 있는데, 당장은 돈을 아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손실을 입게 마련이다.
그래서 주변에 업종 변경이나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이들이 있으면 신규창업에 준하는 가게구성을 하게끔 강조하고 있다. 물론 기존 시설을 최대한 사용해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끼면 좋은데 이것은 정밀한 가게구성 전략에 따라 이뤄줘야 하는 것이지 무턱대고 기존 시설을 그대로 쓰면 안된다. 다만 초보 창업자에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라 볼 수는 없는데, 이 부분이 어렵다면 창업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참고로 업종변경 창업 시 비용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전용면적 33~99㎡당 (간판교체, 주방기구, 실내인테리어 등) 1500~4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는 간판교체, 실내 인테리어 등 전반적인 업종변경 사항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만약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라면 추가적으로 가맹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업종을 변경했다면 소비자에게 이미지 변신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 기존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업종의 가게라는 것을 알리고 그에 맞는 모습을 선보이지 않으면 고객들은 찾아오지 않는다. 되도록 아끼고 절약하려는 자세는 사업자로서 좋으나 고객들의 외면을 받게 해서는 곤란하다.
외식업은 목적인 음식과 분위기가 동시에 궁합이 수반되어 판매되는 업종이다. 맛은 기본이고 외부에서 보는 얼굴인 간판과 실내 인테리어 등 소품까지 꼼꼼하게 신경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킨 포장판매는 문제가 없지만 목적인 홀 손님들이 연속적으로 따라줘야만 좌석 회전율 또한 높아서 술과 안주 판매가 덩달아 높아져 결국은 매출로 이어진다.
업종 변경을 선택 한다면 장기적으로 목적을 명확하게 하고 실행하는게 중요하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업종과 맞지않는 부분콘셉트로 쉽게 생각했다가 고객들은 호기심에 한두번은 방문하지만 한번 다녀간 후 부터는 사실상 냉정하게 찾지는 않는다. 이번 사례를 통해서 분위기는 목적에 맞게 한마디로 치킨호프집은 그 분위기에 따라줘야만이 고객들은 찾는다는 것이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