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끔직한 강력범죄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있어 범죄예방설계인 ''셉테드(CPTED)''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범죄와 달리 근래 일어난 충격적인 범죄는 욱하는 마음의 충동적인 ''묻지마''식 범죄가 많아지고 예방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셉테드(CPTED)는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건축설계나 도시계획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셉테드 설계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 도시계획은 물론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단지에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기준 망원동, 쌍문동, 신대방동 등 총 24곳에 셉테드 설계를 적용했으며 2018년까지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자체적으로 2013년 ''범죄예방환경설계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 도시환경 디자인에서 아파트 설계까지
서울시는 2012년 ''범죄예방디자인 백신 프로젝트''사업을 시작하며 서울 마포구 염리동 소금길을 사업지역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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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 소금길 셉테드 설계 세부항목, 자료=한국셉테드학회 |
이후 사업지역을 확대해 우범지역에 △개방형 담장 △벽화 조성 △계단 정비 △범죄 경고문 설치 △비상대피로 안내문 설치 △조명 설치 △전봇대 비상벨 설치 등 범죄예방환경을 조성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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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테드 기법을 적용한 망원1동 벽화, 사진=이상현 기자 |
실제로 지난 2월 도봉구에서 쌍문1동 지역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범죄예방 디자인 설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2%의 주민이 셉테드가 범죄 두려움을 줄이고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고 답변했다.
서울 마포구청 지하철역 인근에 산다는 주민 이모씨(25·여)는 "어두컴컴한 담장보다는 훨씬 보기가 좋다"며 "지하철역에서 이어지는 담벼락에도 벽화가 생기고 가로등도 더 밝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에도 셉테드 설계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24일 남양주에서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분양중인 ''남양주 라온 프라이빗''은 셉테드 인증을 홍보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아파트는 △야간 명도가 높은 환경 설계 △출입구 주변에 여성전용 주차장 설치 △아파트 부대시설은 주민의 접근성이 높은 곳에 설치 △경비실 주변시설은 시야를 차단하지 않도록 설계 △울타리, 표지판 등으로 영역 구분 등을 통해 범죄예방을 극대화했다.
박경국 남양주 라온프라이빗 총괄이사는 "셉테드 설계는 아직까지 생소한 부분이라 일반 고객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며 "세대수가 많아 지자체의 권고사항과 한국셉테드학회의 설계기준에 맞춰 사각지대를 최소화해 입주민들의 안전을 최대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라온 프라이빗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교육특화 단지들이 늘면서 셉테드 인증을 받은 아파트 단지가 학부모들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다가가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한라의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2차''는 △전 세대 동체감지기 △지하주차장 비상벨시스템 △무인경비시스템 등을 설치했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거제''는 △산책로의 보안등 △현관 안심카메라 △무인택배시스템 △1~2층의 가스배관 방범 커버 등을 마련했다.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 홍보를 담당하는 이은주 포애드원 과장은 "최근 강력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다 보니 건설업계에서는 범죄예방 설계를 통해 안전한 아파트 홍보를 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윤성현 함스피알 대리는 "작년부터 범죄예방 설계와 관련한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며 "금호건설의 동탄2신도시 금호어울림 레이크는 셉테드 설계 홍보로 조기 완판되며 전반적으로 주부나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 공신력 높은 인증제도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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셉테드 관련 조례 지정 지자체 현황, 자료=국회입법조사처 |
셉테드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이를 적용한 건축물, 시설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인증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셉테드학회 등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와 서울시 등 지자체의 개별인증제도가 있으나 양자 모두 공신력이 낮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셉테드를 활용한 안전한 지역만들기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현재 도시설계에서 범죄예방 환경설계와 관련된 지자체별 조례 외에 관련 법률이 없는 실정이다.
권용훈 국회입법조사처 사무관은 "민간단체인 한국셉테드협회나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축물에서 범죄예방 관련 설계기준을 고시하고 있다"며 "도시설계에 있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단일 인증기준이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