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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경남 거제시 실내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사내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조선5사 사내협력사 연합회’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세계일보 DB |
하투란 여름철 노동계의 연대 투쟁을 지칭한다. 임금 단체협상이 주로 5∼8월에 진행되고 여름철에 노동계 투쟁이 집중되는 현상 때문에 노동계의 투쟁을 하투라고 부른다. 이는 일본의 봄철 임금 투쟁을 일컫는 춘투(春鬪)를 본딴 용어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6일 “지난 4일부터 오늘까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 찬반 재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파업 절차를 다시 밟기 위해 실시한 이날 투표에서 소속 노조원 6979명 중 6225명이 투표에 나서 88.3%인 5494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이로써 국내 ‘빅3’ 조선소 중에서 이미 파업을 결정한 삼성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도 파업 대열에 동참하게 됐다. 전날에는 대우조선과 같은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노협)가 사측의 구조조정 방안에 반발해 7일 4시간 파업을 벌이기로 결의한 바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조만간 대의원대회 등을 개최해 향후 투쟁일정 등을 확정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노협이 파업에 돌입하면 ‘수주 절벽’ 등으로 비롯된 조선업 위기 후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첫 파업이 된다. 현재 대우조선은 파업 찬반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됐고 현대중공업은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특히 노사 간 올해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노사는 오는 13일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금속노조 및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연대파업을 준비한다.
현대차 노조는 다만 “회사와 실무교섭 등을 할 수 있다”며 대화 창구는 열어놨지만, 앞서 쟁의대책위원회까지 꾸린 현대중공업 노조와 동시 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현대중공업 노조 위원장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면서 “두 노조 모두 파업권을 획득하면 연대를 통해 동시 파업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 ‘빅3’ 중 제일 먼저 전면 파업을 벌일 삼성중공업 노협은 사측이 지난달 15일 제시한 임원 임금 반납과 1500명 희망퇴직 등의 내용이 담긴 자구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사측이 2018년 말까지 전체 인력의 30∼40%를 ‘효율화’한다고 공개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폭발했다. 노협은 사측 자구안을 놓고 지난달 28일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 참여 근로자 92%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삼성중공업 노협은 전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사측에 구조조정안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7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전면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노협은 파업에 들어가면 근로자들이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노협 앞 민주광장에 모여 구조조정안 철회 촉구 집회를 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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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절벽으로 일감이 없어 텅빈 거제지역의 한 중소조선소. 사진=세계일보 DB |
정 연구원은 “경쟁사들은 상징적 수준의 수주라도 기록하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주력 선종의 업황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데다 저가수주 지양이라는 원칙론도 겹치면서 아직 신규 수주가 없다”고 꼬집었다.
파업을 결정한 삼성중공업 노협과 대우조선 노조 2곳 외에 파업 찬반투표에 임박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조선 3사 중 가장 강성으로 분류된다. 현대자동차 노조도 현대중공업 노조와 공동 파업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 파업 규모가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조선 3사 노동자들이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무엇보다 순조로운 구조조정을 위해 노사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자구계획 실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파업이 대규모로 장기간 이어질 경우 적기 인도가 관건인 해양플랜트 건조에 문제가 생길 공산이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파업을 예고한 조선 3사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가 파업한다고 하면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많이 떨어지리라고 본다”며 노조를 압박했고, 채권단도 대우조선이 파업하면 미집행한 1조원을 지원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노조가 파업을 결행하면 규모가 작든 크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총 8차례의 부분파업과 지역별 순환파업으로 106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4년에도 총 4차례의 부분파업으로 158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일부 정규직 노동자가 파업에 나서더라도 하청업체 노동자가 더 많은 조선업 특성상 파업이 선박 건조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론이 파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실제 조선노조 파업이 격렬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