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은 건설사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인구와 사회문화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신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건설사들은 정보기술(IT)의 접목을 통해 주택상품을 차별화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분양단지들의 특징을 보면 단순한 주거공간에서 벗어나 교육·편의·의료·문화 등 갖가지 서비스를 접목시키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주거환경 형태를 크게 뒤바꾸고 있다. 스마트홈 시장은 주거편의 제공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산업과 접목될 경우 무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말 한마디로 가전기구 제어 가능한 ''스마트 홈''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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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시장 규모, IoT 스마트 스위치 이미지, 사진=한국스마트홈협회, 대우건설 |
사물인터넷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스마트 홈 시장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조 8000억 원 규모였던 사물인터넷 시장은 오는 2019년에는 10조 6000억원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스마트 홈 시장은 그 규모가 더 크다. 한국스마트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조 5677억원 규모였던 스마트홈시장은 2019년에는 21조 17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스마트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건설사들이 통신업체 등과 업무제휴를 통해 다양한 스마트홈 기술을 신규 분양시장 상품에 접목해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현대건설은 SK텔레콤과 함께 ''지능형 스마트홈'' 서비스를 지난 10월 서울 목동, 경기 평택 송담 힐트테이트 등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지능형 스마트홈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불 꺼'', ''가스 잠가'' 등의 말을 통해 사물인터넷과 연동된 가전기기 조작?가능하다.
삼성물산은 ''IoT 홈 큐브''를 이 달 공급한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와 잠원동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에 적용한다. 이 시스템에는 ''안면인식 출입시스템'', ''웨어러블 원패스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대우건설도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통신사와 협업해 IoT 허브를 탑재한 ''스마트 월패드''를 개발해 지난 11월 공급한 연희 파크 푸르지오''에 적용했다.
이밖에 GS건설이 ''스마트폰 연동 홈네트워크 시스템'', 대림산업이 ''대쉬(Daelim Application for smart Home)'' 등을 도입해 서비스 중에 있다.
스마트폰 연동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가구 내 설치된 월패드를 개인 스마트폰과 연동해 난방제어, 공동현관 출입, 조명제어, 온도제어 등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대쉬'' 역시 월패드의 기능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겨 스마트폰과 태플릿PC 등으로 집 내부 주거시스템 조정이 가능하다.
롯데건설은 KT 그룹의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를 통해 스마트 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T의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리마크 빌'' 시리즈에 스마트홈 시스템이 적용된다.
KT의 스마트케어 솔루션은 앱을 통해 창문 열림 원격감시·도어락 제어를 가능하게 하고 스마트 택배함이나 세대내 전력량 감시도 가능하다.
현재 스마트홈 시장은 주거편의 제공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산업과 접목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김우영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홈 시장은 새로운 생태계나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장"이라며 "건설사에서 단순히 홍보를 통해 분양률을 높이는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마트홈 생태계를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세상에 아직 등장하지 않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단적으로 어떤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스마트홈 시장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이 복합적으로 연동된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B2B(기업대 기업)형태에 머문 시장이 앞으로 B2C(기업대 고객)까지 확대되면 스마트홈 시장은 더욱 팽창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재성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 경영기획본부 팀장은 "스마트홈 시장은 10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산업"이라며 "현재는 B2B위주로 산업이 성장해나가?있지만 앞으로는 B2C형태로 변화하며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건설사들의 입장에서는 고가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실험적인 시스템을 한번에 도입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이통사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이 낮고 일상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진취적인 상품을 내놓기가 용이할 것"이라며 "신규 분양시장의 스마트홈 서비스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기존 재고아파트를 대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접목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앞으로 스마트 홈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베이비 부머 대상 ''시니어'' 시장 새 먹거리로 부상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요 수요층이 될 ''시니어주택'' 시장도 건설사들의 주요 사업분야로 성장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시니어주택은 31개 단지 5300여 가구, 이 중 수도권에 23개 단지 4100여가구가 집중돼있다.
시니어주택은 기존에 병원, 종교, 학교재단 등에서 운영한 경우가 많았다. 대형건설사가 시니어주택 사업에 진출한 예는 1999년 삼성생명 공익재단에서 운영하는 ''노블카운티'', 지난 4월 두산중공업이 경기도 광교신도시에서 공급한 노인복지주택 ''광교 두산위브'' 등이 있지만 분양 이후 사후관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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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스프링카운티자이 커뮤니티 시설 및 프로그램, 자료=GS건설 |
올해 GS건설에서는 1000가구 이상의 대단위 시니어주택 타운을 공급하며 대형건설사에서는 처음으로 시니어주택 사업에 진출했다. GS건설은 지난 10월 용인 동백지구에 총 1345가구 규모의 ''스프링카운티자이''를 공급했다. 분양 후 주거서비스 관리는 GS건설의 자회사에서 담당할 예정이다.
스프링카운티자이에는 365일 일반식과 건강식이 제공되는 식당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피트니스센터, 건강관리센터, 동호회실, 사우나, 스크린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입주민들은 ''적립식 ID카드''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전문 간호사가 단지 내 건강센터에 상주하며 입주민들의 헬스케어를 돕고, 대형종합병원과 연계한 의료 연계 서비스도 예정돼 있다. 이밖에 선택형 서비스로 청소, 룸서비스, 세탁서비스 등 홈케어 서비스도 제공된다.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시니어주택 시장 외에도 기존 주택을 유지하고 개조·보수하는 시장 역시 정책적 지원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희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 연구원은 "고령층의 경우 빈곤율이 높은 가구가 많기 때문에 민간 건설사에서 진행하는 시니어주택에 거주하는 수요는 어쩌면 제한적일 수 있다"며 "고령층은 자기주택을 선호하는 경향도 많기 때문에 자기주택을 활동하기 편하도록 개조·보수할 수 있는 고령친화 주택개조시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늘어나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사후관리형 시니어주택 사업에 진출한 GS건설의 경우 분양성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조상대 용인 스프링카운티 분양소장은 "처음에 분양준비를 할 때 세대수도 많고 수요층도 적어 자칫 분양성적이 좋지 않을까 걱정이 많이 있었다"며 "11월에 분양을 시작해 현재 거의 90%의 물량이 다 소진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 발주방식 간소화…CM산업의 성장

건설공사의 기획 및 설계부터 시공, 사후관리까지 사업책임 범위를 늘리는 CM산업도 성장세다.
현재의 발주방식은 설계단계에서 시공 리스크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바람에 잦은 설계변경·공사비 초과·공사 기한 지연 등으로 인한 분쟁 증가 등을 초래했다. 따라서 CM산업은 발주 방식의 간소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CM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계약실적 기준으로 2004년 547억원 규모이던 CM산업은 2014년 4610억원을 넘어서며 약 9배 가량 성장했다. 이에 국토부에서도 SOC(사회기반시설) 발주에 CM방식의 발주를 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표적 CM기업은 한미글로벌, 희림종합건축사무소, 건원엔지니어링, 삼우CM 등이 있다.
올 10월 희림종합건축사무소가 ''대한민국 스마트건축 도시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아제르바이잔 ''소카타워'', 한미글로벌의 ''스타필드 하남'' 등이 모두 CM방식으로 시공된 건축물이다.
한국CM협회에서는 아직 CM산업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국가를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현지 업체와의 제휴 및 시범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덕 한국CM협회 대리는 "현재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 CM산업이 잘 알려지지 않는 국가에 CM방식 공급을 진행중에 있고 올해 베트남에서 사업을 실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천금자 한국 CM협회 실장은 "올해 베트남 CM보급사업은 마무리가 되고 있는 단계로 이제 사후관리과정만 남았다"며 "우리나라 CM산업의 보급이 앞서 언급한 국가 외에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앞으로는 단순히 제도나 메뉴얼만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업체들이 해당국가에 진출해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