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추세에 맞춰 유통·건설·금융 등 관련 업체들도 1인 가구 소비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특화상품을 내놓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1인 가구를 내수 및 경기부양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보다 정교한 정책적 접근 및 지원을 주문했다.
세계파이낸스는 [신년 기획-‘1인가구 시장’을 잡아라]를 통해 1인 가구가 국내 경제, 특히 내수에 미치는 영향 및 업권별 대응책 등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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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새로운 경제주체로 떠오른 1인 가구가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 부진 속에 2인 이상 가구가 점차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1인 가구는 문화활동 등에 돈을 아끼지 않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관련 업계에서도 1인 가구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의 소비성향(소득 대비 소비 비율)은 80.3%로 2인 가구(70.2%), 4인 가구(76%), 5인 이상 가구(75.7%)를 모두 웃돌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1인가구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주요 업종 중에선 편의점·온라인의 꾸준한 수혜가 예상됐고, 1인가구 내국인의 출국증가에 따른 면세점업종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 1인가구 시장 규모 2006년 16조→2030년 200조
눈여겨봐야 할 것은 1인 가구의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말 기준 국내 1인 가구수는 539만7615가구로 전년(520만3440가구) 보다 3.73% 증가했다. 2000년까지만해도 1인 가구는 222만4433가구에 불과했지만 2005년 317만675가구, 2010년 414만2165가구, 2015년 520만3440가구로 5년마다 100만가구씩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총 가구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15.54%, 2005년 19.96%, 2010년 23.89%, 2015년 27.23%로 급증하고 있다. 2045년에는 1인 가구 수가 약 800만 가구로 불어나 전체 인구의 36.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인 가구수가 늘면서 시장 규모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시장 규모는 2006년 16조원에 불과했지만 2030년까지 약 200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 교수는 "1인가구가 소비시장에서 중요한 성장모멘텀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1인가구'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주목받고 있다. 대용량 제품 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소용량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식품부문에서 1인가구 위주의 가정간편식(HMR)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또 '스몰 럭셔리 가전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소형 오피스텔 수요도 늘면서 각 업계의 전략이 4인 가구 중심에서 1인 가구 중심으로 이동하는 등 1인 가구 트렌드는 우리나라 산업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 소비시장 이끄는 1인 가구
건설사들도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1인 가구를 위한 '세대분리형·여성전용임대·셰어하우스' 등이 인기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은 신혼부부나 1인가구 등 세대원의 수가 적은 가구가 거주하기 적합한 중소형 평형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건설사들도 분양시장에서 대형평형의 비율을 줄이고 아예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된 단지를 공급하는가 하면 보통 소형평형으로 인식되던 59㎡ 타입보다 더 작은 평형의 상품도 선보이는 추세다.
정부도 소형 임대주택 도입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도심 내 노후주택을 매입해 1~2인용 소형주택으로 재건축·리모델링하는 방식의 공공리모델링 임대주택 셰어하우스를 서울 장위동에 공급하기로 했다. 임대료는 서울 성북구 기준 보증금 360만원, 월 임대료 13만~15만원 수준으로 시세보다 저렴하다. 4층짜리 이 건물은 1층이 공용공간, 2~3층이 개인공간, 4층이 공용공간으로 구성된다.
국토교통부는 기존 공동주택을 두 개의 세대로 분리할 수 있는 '세대구분형 공동주택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7월 발표했다.
1인가구의 소용량 제품 구매가 늘면서 편의점 업종이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편의점의 갯수는 어느덧 4만개를 넘어섰고 총매출도 지난 2010년 8조7000억원에서 작년 20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최근엔 편의점업체에서 소량의 회를 주문받아 배송하기까지 하는 등 '혼밥·혼술'(혼자먹는 밥이나 술)트렌드를 마케팅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작년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조2541억원으로 2015년 대비 약 35% 증가했다. 지난 2010년 7700억원에 비교하면 약 3배나 커진 규모다. 온라인채널도 성장세가 매섭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금융업계도 앞다퉈 1인 가구 특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은 특히 1인 가구 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고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는데 주목한다. 은행들도 다른 상품과 엮어서 고금리를 제공하거나 이종업계와 제휴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1인 가구의 소비패턴에 맞춘 특화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주요 혜택은 생활업종 할인 및 포인트 적립, 반려동물 관련 할인 등이다.
◇ "1인 가구 시장 키워라"…업종별 협업·제휴 활발
업계는 제휴 및 협력을 통해 1인 가구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연스레 시장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가장 활발한 곳은 은행과 유통 부문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다양한 오픈마켓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G마켓은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이 적금은 G마켓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우대금리 혜택을 주고 적금에 가입할 경우 G마켓과 옥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도 제공한다.
카드업계도 편의점과 손잡고 주거 관련 지출이 많은 혼족들을 위해 편의점 할인 혜택을 담는 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부문의 협업도 눈에 띈다. 우리은행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방콜'과 제휴해 주택 구입 자금을 우대해주고 있다. 금융과 유통업계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홈플러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양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용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금융상품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백화점, 온라인쇼핑몰, 영화관 등 다양한 이종업체와 제휴해 금융 혜택만이 아니라 여러 업종의 혜택을 주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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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 절실
이렇듯 업계가 1인 가구에 주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부 정책은 여전히 4인 가구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적 배려와 함께 1인가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3~4인 가구를 중심으로 수립된 정책에서 이제는 1인 가구에서 발생될 수 있는 빈곤, 고립, 주거 문제 등을 포함한 새로운 주택과 서비스 정책 등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인 가구 등의 소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택, 가사와 육아정책도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양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3~4인 가구 외에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주체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교육, 복지 개선 등 종합적인 부분에서 개선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