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앞자리 바뀐 코스피…"5000, 꿈★은 이뤄진다"

 

김민지 경제부장

 

 

‘코스피 지수 3000 · 코스닥 지수 800 돌파’, ‘6만전자 탈환’…

 

숫자 앞자리의 위력은 생각보다 강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가장 앞자리, 혹은 왼쪽 자리의 숫자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앞자리가 바뀌면, 우리는 희로애락이라는 ‘삶의 포물선’을 그 속에 대입하곤 한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게 되면, 스스로의 마음가짐, 심지어 주변의 시선까지 달라진다. 30대냐, 40대냐, 50대냐를 꼬치꼬치 묻고 따진다.

 

나이 뿐일까. 통장 잔고의 맨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고, 체중계의 앞자리 수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달라진다.

 

이렇게 가장 왼쪽에 있는 숫자를 보고, 수의 크기를 가늠하는 것을 ‘왼쪽 자릿수 효과’라고 한다. 맨 앞자리 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투자 결정의 지표로도 삼는다

 

주식시장에서도 숫자의 힘은 강하다. 지난 20일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했을 때, 고물가·경기침체 등 피부로 체감하던 우려는 온데간데없었다. “다시 한번 주식투자 전성시대가 돌아왔다”며 기대와 환희의 축포를 터트렸다. 

 

이날 코스피는 3년 6개월 만에 지수 앞자리를 바꿨다. 3000선을 돌파한 코스피는 이틀만인 24일에 3100선 마저 뚫었다. 코스피가 3100선을 회복한 것은 2021년 9월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2% 넘게 올라 약 11개월 만에 800선을 넘어섰다. 

 

누구도 예상 못했다. 코스피가 이렇게 빨리 올라설 줄은. 국내 주식시장의 형님격인 코스피가 선봉에서, 아우인 코스닥이 형을 쫓아 연일 상승랠리를 뽐내고 있다. 

 

상승랠리의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순매도했다가, 올해 5월 말 순매수로 전환한 이후 이달 들어 매입 폭을 늘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5거래일 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889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6210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순매수 규모인 1조2660억원의 4.5배에 달한다.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움직인 건 증시 부양책을 앞세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기대와 글로벌 자금의 자산 이동이 맞물린 덕분이다. 

 

분명 작년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이 빠르게 돌아오면서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수익률이 25%를 웃돌며 글로벌 증시 가운데 1위를 유지 중이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상승률도 11.9%에 달한다. 

 

특히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한국 증시는 저평가 상태다. 여전히 ‘숨은 진주’다.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낮을수록 저평가)은 지난 19일 1.0배에 도달했다. 미국(4.8배)은 물론이고 인도(4.0배), 대만(2.6배), 중국·일본(1.5배) 등에도 아직 못 미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한국 증시의 상승 여력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치인 3305.21(2021년 7월 6일)을 넘어 4000선, 5000선까지 올라서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이 밑받침돼야 한다. 기대감이 주도하는 주가 상승에는 결국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 없이 코스피 3000선을 돌파했지만, 이제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수익성이 확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코스피가 처음 3000선을 돌파했던 2021년 1월 7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95조원이었는데, 현재는 358조원에 그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증시의 선진화 정책도 하루빨리 준비해야 한다. 

 

한국 증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 명단에 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MSCI는 25일 발표한 ‘2025년 시장 분류 검토 결과’에서 한국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 노력에 나섰지만, 시장 접근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MSCI는 “한국이 역외 외환시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원화 유동성이 제한적”이라며 “운영 시간 연장 같은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선 제도 개선과 시장 인프라·관행 정비가 필수적인 만큼, 모든 관계기관과 민간 부문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 증시는 세계 최고의 주식시장으로 올라설 잠재력이 충분하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 낸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I'm still hungry)”고 말한 것처럼, 우리 주식시장도 아직 배가 고프다.

 

2002년 월드컵의 신화가 다시금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재연되기를, 히딩크와 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 ‘코스피 5000 꿈★’은 이뤄진다.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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