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산업 쥔 외국계 자본 <上> ] 예속이냐 공존공생이냐

국내 정유사 GDP 기여도 최상위·석유정제 능력 세계 최고 수준
다른 산업 보다 생산고용유발 효과 낮아…국부유출 논란도 지속

에쓰오일 온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정유산업은 각종 석유제품 및 반제품을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정유산업의 육성을 통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은 국가경제발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정제시설 건설에 막대한 자금과 오랜 공사기간이 소요되는 등 진입장벽도 높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 정유산업은 글로벌 석유자본과 합작을 통해 탄생했고 현재에도 이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부유출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세계파이낸스는 국내 정유사들과 외국자본의 만남에서 득과 실, 숙제와 해법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세계파이낸스=장영일·주형연 기자] SK이노베이션  S-Oil(이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세계적인 정제기술력을 갖고 있고, 수출 규모면에서 기여하는 부분도 크다. 그러나 경영권을 쥔 외국계  자본에서 자유롭지 못해 국부유출 논란, 수출 규모에 비해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미흡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GS칼텍스는 최대주주인 GS에너지(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보유하고 미국 석유업체 셰브론이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합작투자법인이다. 에쓰오일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자 회사 A.O.C.B.V로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으로 63.41%다. SK이노베이션도 대주주는 33.40% 지분을 보유한 (주)SK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40%를 넘는다.

◇ 세계 최고 기술로 수출 버팀목 역할 톡톡

국내 수출 1위 품목이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도체, 조선, 철강을 손에 꼽지만 2012년 기준 석유제품은 반도체, 조선, 철강을 제치고 수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4위에 오르면서 수출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올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액은 187억6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2.6% 증가했다. 석유제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국가 주요 13대 수출품목 순위'에서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에 이어 4위를 기록, 작년 7위에서 3계단 뛰어올랐다.

석유 자원국이 아닌 한국이 휘발유, 경유, 등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을 대량 생산하고 수출하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정유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라 할 수 있는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실제 정유4사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정유산업의 GDP 기여도는 2.22%로 1990년(0.66%) 대비 약 20년만에 3배 이상으로 커졌다. 2011년 한해 동안 만들어진 국부가 총 100이라고 했을 때 2.22%를 정유산업이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이는 2011년 기준 철강(1.31%), 조선(1.46%), 반도체(1.59%)보다 큰 것으로 정유산업은 국가 경제성장에 있어서 중대한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한국의 석유정제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개별 정유사의 석유정제 능력은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이 각각 세계 2위, 3위, 4위를 차지할 정도다.

국내 정유사들은 외국계 자본과의 합작과 신뢰 구축을 통해 안정적 공급이 가능했기에 현재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정유 기술을 갖추게 됐다.

GS칼텍스는 현재 하루 65만배럴의 원유정제능력과 하루 8만5000배럴의 중질유분해시설, 하루 18만 배럴의 등경유 탈황 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1일 66만9000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14만9000배럴 규모의 중질유 분해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단일 규모는 세계 최고인 연간 17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 능력을 가졌다.

현대오일뱅크도 일간 39만배럴의 정제시설을 갖췄고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최대인 하루 84만배럴의 정제 능력을 자랑한다.

◇ 생산·고용 유발 효과는 미흡, 꾸준한 국부 유출 논란

국내 정유산업은 원유 100%를 수입에 의존하는데다 국제 석유자본과의 합작이라는 내부적,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태동부터 대규모 시설 투자자금과 기술이 부족해 국제 석유자본과 손잡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현재까지 꾸준히 이권을 외국자본에 내주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영권을 쥔 외국 자본이 고배당 정책을 펼치면서 국부 유출 논란은 진행형이다.

에쓰오일의 외국인 지분율은 77.45%에 달한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A.O.C.B.V로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으로 63.41%다.

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2015년 44.27%에서 2016년 59.89%까지 치솟았다. 작년에도 55.11%로 당기순이익인 1조2465억원의 절반 가량이 외국 자본으로 흘러갔다.

외국자본과 50:50 합작법인인 GS칼텍스도 작년 배당금으로만 5752억원이 지급됐다. 이는 당기순이익(9718억원)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2016년에도 7171억원이 지급되면서 국부 유출 논란이 일었다.

SK이노베이션도 외국인 지분율이 40.13%로 높은 편인데, 배당성향도 작년 기준 35.44%에 달해 이익의 상당부분이 외국인 주주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

정유사들과 정부는 주주친화정책인 배당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정서상 벌어들인 돈을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것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

수출 규모에 비해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유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큰 변동 없이 상대적으로 낮은 값을 보이고 있다.

산업유발효과를 뜻하는 산업별 부가가치율을 보면 석유정제산업은 제조업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산업연관표 작성 결과'를 보면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이 84%,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업이  64.2%대인데 반해 석유제품 제조업은 21.4%에 그쳤다.

정유산업의 고용유발효과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해 증가세가 정체되고 있다. 실제 정유업은 장치산업 특성상 공장 자동화로 인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GDP 기여도는 높지만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가 적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며 "정유산업의 수출 규모가 늘어나도 인력이나 국내 경제 제고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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