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적절한 감속 필요한 불황기의 '경제 운전'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때때로 고객들과 생활경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번은 ‘경제 운전’에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주제가 나왔는데 한 고객은 브레이크라고 언급해 흥미를 끌었다.

 

물론 급가속을 하거나 과속을 하는 경우도 문제시되지만 브레이크를 너무 세게 밟아 필요 이상으로 속도를 급하게 줄이는 경우 역시 과한 에너지 사용과 부품의 손상을 초래한다. 

 

즉, 예측 운전을 통해 속도를 적절히 유지함으로써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인데 이것을 우리의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적용시켜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자동차로 장거리를 가고 있다고 보면 현재는 어떤 상황일까? 분명 고속도로라도 씽씽 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이제껏 잘 달려왔지만 화창했던 하늘에 구름도 몰려오고 어둑해 지면서 앞서 가는 차들의 브레이크등도 자주 켜지는 상황이 떠오른다. 

 

그러나 운전자는 이처럼 도로 사정이 바뀌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져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케이스가 많다. 심지어 예기치 못한 사고도 생길 수 있다. 

 

하물며 자산관리는 운전과 비교해 즉시 대응하기도 힘들고 기간적으로도 너무 길다. 그렇다 보니 변화에 대응하려고 하면 이미 늦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자산관리에 있어 경기 둔화 신호가 이곳저곳 나오고 금리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몇 가지 운전습관에 따른 대응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평소에도 규정 속도를 꼭 지키고 모르는 길은 가지 않는 안정적인 운전자라면 큰 걱정은 없을 것이다. 단지 금리가 너무 낮아질 것이 걱정된다면 예금을 좀 장기로 운용하거나 세제혜택이 있어 세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상품들을 채워 넣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될 것이다.

 

안정적인 운전자 중에서도 앞에서 사고가 나 길이 막힐까 걱정이 생길 수 있다. 또 다시 경제위기가 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은 달러자산을 일부 보유해 두면 좋을 듯하다. 현재처럼 유동성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도 위기까지 전개된다면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혹시 운전하다가 넓은 토지를 보거나 건물을 보면서 “얼마나 오를까?”는 생각을 하는 운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리가 떨어진다고 무조건 부동산 쪽만 바라보는 것도 현시점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 

 

당장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부동산 쪽으로 쏠릴 수 있지만 경기둔화가 본격화된다면 급격히 매매가 묶여버릴 위험도 높아진다. 지금 무리하게 무엇을 사기보다 오히려 모두가 매수를 두려워할 때 좋은 물건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항상 역사는 반복된다.

 

도로를 가다가도 교통정보나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막힌 길을 우회해가는 운전자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확정금리회사채, 해외채권 등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수익추구형’ 투자자와 비슷하다. 

 

이런 경우는 최근의 상황이 머리가 아플 수 있다. 차분하게 수익을 쌓아왔지만 앞으로 투자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다. 

 

ELS 등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한 저쿠폰상품을 선택하고 금리보다는 신용도가 높은 채권만 선별해서 투자해야 할 시기이다. 주식투자자라면 배당률이 금리보다 높은 배당주 위주로 투자해 수익을 늘리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특히 이런 성향의 투자가들이 좋아했던 메자닌이나 전환사채 같은 투자자산이 인기를 끌어왔지만 시장이 식으면 생각치못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활발한 투자였던 상장 전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회사 자체의 상태와는 별개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식으면 오랜 기간 보유해야 하는 위험이 존재한다. 

 

스피드를 즐기고 길이 막히면 항상 다른 길을 도전하는 운전자와 비슷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스타일 이라면 당연히 향후 경기에 대한 점검이 필수적이다. 

 

위험자산의 등락을 보며 하락 후 반등에 배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수익과 손실 목표를 짧게 잡고 목표치에 다다르면 과감히 빠져 나올 수 있어야 한다. 평소처럼 높은 수익을 추구하다가는 손실이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위기가 올 때를 대비해 필수적으로 일부 자금은 현금으로 준비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차의 붉은 등이 켜지면 최소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감속을 준비하는 현명한 투자자가 늘어나길 바란다.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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