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클라쓰’ 현실은 빈 상가 수두룩, 코로나로 치명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전국의 임대인 2298명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전 인천 선학동 먹자골목에 걸린 임대료 인하 요청 현수막.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드라마와 현실 간의 괴리감은 크다. JTBC드라마 ‘이태원클라쓰’가 14%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현실의 이태원 상가는 내수경기 침체와 온라인쇼핑 증가 등으로 이미 ‘용산합중국’이라는 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압구정, 신촌 등 전통적인 상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겹치며 오프라인 상가 시장이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임대료를 일부 감면·면제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임대인이 봉이냐’는 불만도 적잖다.

 

지난 17일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상가별 평균 투자 수익률은 2018년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투자 수익률은 작년 6.29%로 2018년(6.91%) 대비 0.62%p 하락했다. 서울 지역은 7.9%로 0.3%p 감소했다. 소규모 상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전국 소규모 상가 평균 투자 수익률은 5.56%로 전년의 6.35%보다 0.79%p 줄었다.

 

수익 감소와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한 업체가 잇따라 문을 닫거나 이전하면서 공실률은 치솟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1.7%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에선 이태원의 공실률이 26.4%로 가장 높았고 사당(16.7%), 신촌(11.6%), 용산(11.4%), 신사역(11.3%), 장안동(9.7%), 종로(5.5%)이 뒤를 이었다.

 

시장에선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상가의 수익 감소와 공실률 상승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내수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소셜커머스, 배달앱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큰 타격을 받았다”며 “코로나 확산으로 올 1분기 상가투자 수익률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A 씨는 “미군기지 이전과 대체 상권의 발달로 유동인구가 대폭 줄면서 4~5년 전부터 경리단길을 비롯한 이태원 상권 전반이 침체기에 놓인 상황”이라며 “지난 2월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상점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부 상가에선 임대인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영세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깎아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전국의 임대인 2298명이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기준으로는 2만4921곳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임대인 B 씨는 “임대인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건물이나 상가를 사기 때문에 대출금 원감에 이자, 세금, 공과금까지 내다보면 허리가 휜다”며 “현 시국에선 임대인도 충분히 힘든데 임대료 인하를 당연하듯 요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비도덕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풍조는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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