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상춘객들로 바쁠 시기에 '매출 제로'...죽을 맛입니다"

1월말 이후 문의전화 예약 0건...업체는 존립 위기에
대출도 쉽지 않아...그저 버티는 것 말고 방법이 없어

주말인 15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매표소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전경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은 여행업계를 ‘블랙홀’처럼 집어삼켰다. ‘관광업의 풀뿌리’, 직원 수 10명 이내의 소규모 여행사는 자금력이 약해 더 죽을 맛이다. 직원을 내보내고 ‘코로나 대출’도 신청했지만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가 코로나19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승우여행사 제공

▲3개월 사이에 6명의 직원이 1명으로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는 최근 낯선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자주 받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려워진 여행사를 겨냥한 대출업체 전화다. 고객의 전화와 구별이 되지 않으니 무조건 받기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아버지가 1998년 창업한 ‘승우여행사’를 2018년 8월 물려받은 ‘2대째’ 사장이다. 여행지 개척을 위해 새벽이슬 맞아가며 길도 없는 오지를 헤매던 아버지와 아들은 왜목마을, 곰배령, 흘림골, 금대봉 야생화 트래킹 코스 등을 발굴해 냈고, 많은 여행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았다. 

 

 승우여행사는 오프라인 회원만 1만 5000명에 달하는 ‘알짜’ 회사였다. 매년 봄이면 인기 여행지로 향하는 버스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회사를 물려받은 아들은 ‘계획’이 있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일본과 태국 등을 오가며 숨겨진 비경을 찾아가는 투어를 설계했다. 하지만 외연을 넓히던 이 대표에게 코로나19라는 ‘돌발상황’이 찾아왔다.  

 

 지난 19일 오후 경복궁 근정전에서 이원근 대표를 만났다. 관광객 발길이 뚝 끊어진 고궁에는 봄꽃이 만개했다. 매화 향기에 표정이 좀 나아진 이 대표가 말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만 아니었으면 이 시간 저는 남도에 있었겠죠. 이번에 광양 매화마을 뒷산을 타고 넘는 새로운 코스를 개발했어요. 매화에 파묻혀 청잣빛 물결 일렁이는 섬진강을 내려다보고 있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광양, 하동, 문경…. 잡혀있던 단체 예약이 모두 날아갔다. 소규모 여행사의 특성상 자금이 돌지 않으면 곧바로 파산 직전까지 몰린다. 속수무책이었다.

 “무급 휴직과 퇴직금 정산 후 퇴사를 선택하라 했더니 다섯이 나갔죠. 이제 한 명만 남았는데 급여 50%를 지급하고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어요.” 

 

 “기차 여행전문, 전세버스업, 버스 여행전문회사들이 상춘객들로 정신없이 바쁠 시즌인데 전부 휴업에 들어간 상태로 알고 있어요.” 이 대표에게 전해 들은 국내 전문 여행업계 상황은 ‘심각’ 단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승우여행사의 위기는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본격화됐다. “1분기 매출은 ‘제로’에요. 작년에는 B2B사업과 개별 패키지여행, 인센티브 단체 여행 등으로 억대 매출까지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는 지출을 최소화하며 버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회사가 먼저 버텨줘야 근로자에게도 혜택이 주어지는데 지금은 회사와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지원이 없습니라”라며 정부 지원책을 아쉬워했다. 

 

최성권 에나프투어 대표가 코로나19 극복용 신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전경우 기자

▲NO 재팬에 이어 코로나19까지

 

 “1월 말 코로나19 발생 이후 2월, 3월 중순까지 단 1통의 문의전화나 예약의뢰가 없고, 현재까지 매출 0%입니다.” 

 

 최성권 대표의 ‘에나프투어’는 해외여행, 특히 일본을 주로 다루는 소규모 여행사다. 최 대표는 작년 일본여행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큰 시련을 겪었다. 일본 현지 지자체, 협력업체, 유력 동호회와 만든 ‘미야자키 서핑 투어’에 기대를 걸었지만 ‘NO 재팬’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여행 업계 경력 24년 차의 베테랑, 최 대표는 무너지지 않았다. LCC(저비용항공사)를 따라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태국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열풍을 주목했다. 현지를 오가며 가성비와 럭셔리를 아우르는 ‘신박한’ 상품을 개발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직원에게 1개월 휴직을 통보한 최 대표는 정책자금, 일명 ‘코로나 대출’을 신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에나프투어는 물론 직원, 협력업체까지 존립의 위기에 선 절박한 상황. 하지만 기대했던 대출 실행은 더디기만 하다.    

 

 ▲생존 위해 국내 호캉스 상품으로 눈 돌린다

 

 최 대표는 최근 속초에 다녀왔다. ‘강원도에 호캉스 손님이 미어터진다’는 SNS의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곧바로 상품 기획에 들어갔다. 호캉스는 호텔(hotel)과 바캉스(vacance)를 합친 말이다.

 

 최 대표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호텔 패키지와 지역특산물 판매, 인플루언서 등을 결합한 상품을 계획 중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무실 화이트 보드에는 상품의 디테일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일이 잘 풀리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까지 두드려 볼 참이다. ‘본업’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는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뭐라도 해야 살아남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kwjun@segye.com

 

 

 

 

 

사진설명

 

1.최성권 에나프투어 대표가 20일 성수동 사무실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신상품 출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경우 기자 

 

2.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어려워진 회사 상황을 전하고 있다. 사진=승우여행사 제공 

 

 

 

국내 여행객이 줄어들어 썰렁해진 서울역 대합실.  뉴시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짐 가방을 끌고 승강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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