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채안펀드, 금융시장 안전판 될까

10조 7000억 규모 증안펀드로 증시 떠받치는 데 한계
외국인 투자자 지난 5일부터 13거래일 연속 매도세 지속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증권시장안정펀드와 채권시장안전펀드가 각각 10조 7000억 원, ‘10조 원+10조 원‘규모로 조성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와 채권시장안전펀드(채안펀드)가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된다. 증시가 급락세를 지속하고 회사채발(發) 위기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지주 등 금융업권이 소방수로 나서는 것이다. 이 같은 특급처방을 두고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우선 증안펀드는 10조 7000억 원 규모로 조성된다. 최근 증안펀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증권관계기관 주도로 5150억원 규모로 조성된 바 있는데, 당시보다 약 21배나 규모가 크다.

 

증안펀드는 5대 금융지주와 각 업권 선도 금융회사 18곳 및 한국거래소 등이 조성한다.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자금을 모집해, 코스피200과 같은 증권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금융지주까지 포함한 대규모 증안펀드 조성은 이번이 첫 시도다. 그만큼 이번 대책엔 현 상황을 보는 절박한 상황인식이 엿보인다.

 

다만 증안펀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5일부터 13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서 증안펀드는 미봉책에 그칠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국인이 하루에 조 단위 금액을 팔아치우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증안펀드가 하락하는 증시를 떠받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에 조성되는 증안펀드의 절대 규모는 적지 않다”면서도 “대기성 자금인 MMF잔고가 145조 원에 이르는 상황인 데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고려하면 지수의 하방을 막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 관계자는 “채권은 만기가 있고 롤오버 후 시장을 통해 다른 기관이 매입할 수도 있지만, 증안펀드는 손실 시 배임 책임문제를 비롯해 손실반영 방식, 매도 시점 결정 등을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안펀드는 최대 2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6조 5495억 원에 이르는 등 시장불안심리가 회사채 시장 등의 경색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시장안정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채안펀드는 우선 10조 원 규모로 가동되는데, 추후 출자금융회사의 유동성 등을 감안해 신속하게 10조 원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다음달 중) 만기가 도래하는 대규모의 회사채가 부실화하도록 놔두면 금융위기로 전이될 우려도 있다”며 “채안펀드는 기업의 유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에 조성되는 채안펀드가 기업어음(CP)도 함께 매입하는 점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4일 브리핑에서 “채안펀드도 CP 매입을 할 수 있게 하겠다. 이를 통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장기 회사채 시장과 단기자금 시장의 안정을 동시에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채안펀드는 기업의 차환 부담과 유동성 위험을 경감하고 유통 시장에 매수세를 견인해 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감소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서도 “채안펀드만으론 크레딧 투자 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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