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바로알기②] 성실의 아이콘 ‘난소’… 자궁만큼 관심 필요해

[정희원 기자] 학교나 직장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견뎌내는 사람들이 한명씩 있다. 고지식할 정도로 성실한 이들은 아플 때에도 티내지 않고 자신의 몫을 하다 결국 과로로 앓아눕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은 이들의 부재를 크게 느끼게 된다. 

 

이같은 사례에 해당하는 장기가 바로 ‘난소’다. 약 3g의 작은 난소는 매달 생리와 배란을 일으키는 데 영향을 주는 여성호르몬 분비를 관장한다. 이렇다보니 난소의 직접적인 기능을 느끼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여성질환을 다룰 때 흔히 거론되는 유방·자궁과 달리, 난소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난소 역시 묵묵히 일하는 성격 탓에 아파도 티를 내지 않는다. 난소암이 진행되더라도 3기까지 증상이 없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또 3기가 지나더라도 일반적인 복통, 복부 팽만감, 복수가 차는 증상, 소화불량이 느껴지는 수준이어서 난소의 이상을 의심하기 어렵다.

난소암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꾸준한 검진으로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렇다보니 성인 여성이라면 평소 난소를 살뜰히 돌봐줄 필요가 있다. 너무 잦은 관심은 부담스럽다. 1년에 1~2번 여성검진과 함께 난소건강도 챙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하정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원장에게 난소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물었다.

 

-난소검진에 소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하다.

 

“난소는 아파도 티를 내지 않는 기관이다. 자궁근종·자궁선근증 등은 월경량이 확 늘어나거나 생리통이 아주 심해지는 등 이상증상을 일으키는 반면 난소암은 증상이 불분명하다. 암이 발생해도 평소 느끼기 쉬운 일반적이고 내과적인 불편감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수준이다. 

 

실제로 난소암 환자의 70~80%는 모호한 복부팽만감, 소화불량, 복부동통 등을 호소한다. 즉, 암이 나타나도 자신의 증상이 난소의 문제인지 내과적인 문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평소 검진을 꾸준히 받은 사람은 이같은 이상 신호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가령 내과적·외과적 원인이 없지만 난소에 혹이 있거나 복수가 찬 경우 난소암을 의심해 조기검진을 유도할 수 있다.”

 

-난소암이 발명해도 증상이 거의 없는 이유가 있는지. 

 

“난소의 위치적 특성도 한 원인이다. 난소는 골반 깊이 위치하다보니 종양이 생겨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를 발견해도 위내시경이나 자궁경부암 검사처럼 장기를 들여다보고 바로 조직을 채취할 수 있는 검진 방법이 없는 것도 단점이다. 또 난소암 조직검사를 시도할 경우, 암이 복강 전체로 퍼질 우려도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결국 조기검진으로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난소검진 대상은. 유전적 요소가 있거나 고위험군 여성만 받으면 되는지.

 

“난소암의 발생 원인은 가능성을 높이는 인자만 알려졌을 뿐, 정확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 난소암 환자 대부분은 가족력이 없는 상황이다. 고위험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성인 여성에게 정기적인 검진을 받길 권하는 이유다. 올해 2월부터 자궁·난소 등 여성생식기 초음파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부담도 줄었다.”

김하정 원장이 여성 초음파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보다 세밀한 검진법도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유방암·자궁암·난소암을 모두 다루는 ‘여성암 유전자 조기진단 검사’다. 이들 기관에서 암이 나타날 확률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여성암 가족력이 있다면 BRCA I·II 유전자 검사도 병행할 수 있다. 이들 검사는 모두 채혈 후 간단한 피검사로 이뤄진다. 한번 검사로 평생 건강관리에 나설 수 있으며, 비용도 건강검진 수준으로 환자 부담이 적다.”

 

-검진 후 난소암이 의심될 때, 상세한 진단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직장 및 질을 통해 골반진찰을 시행함으로써 난소의 크기나 형태, 운동성 등을 촉진한다. 이때 암이 의심될 경우 질초음파·골반초음파 등 초음파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90% 이상에서 종양을 예측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혈종양표지자혈액검사(ROMA)도 이어진다. 이는 난소암 치료 후 경과를 관찰하거나, 재발 여부 예측, 난소암 위험도 판단, 난소의 정기검진 및 추적검사, 수술의 척도에 중요하게 이용된다. 암이 확실시되면 복강내 다른 장기 및 림프절 전이를 파악할 수 있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진을 시행할 수 있다. CT검사에 비해 영상 해상도가 높고, X-레이 노출도 없다. 무엇보다 자궁 및 난소 질환의 감별진단에 유용하다. 이후 상황에 따른 치료법을 고려하게 된다.”

 

-난소 검진의 주기가 궁금하다.

 

“일반적으로는 30대 후반부터 매년 1회씩 검사를 받는 것을 권장한다. 단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6개월에 한 번씩 시행할 수 있다. 난소암은 위치상 바로 조직을 떼어 검사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혈액검사가 가장 확실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난소암 고위험군

-가족 중 난소암·유방암·대장암 등 병력을 보유한 경우

-유방암 과거력을 가진 사람

-12세 이전 초경을 시작한 사람

-30세 이후 첫 출산한 경우

-임신·수유 경험이 없는 30대 이상 성인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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