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로 화물운송… 항공업계, ‘벨리카고’로 반전 노린다

생필품, 방역·의료 장비 수요 늘며 화물운송 급증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실적 상승 기대… LCC엔 ‘그림의 떡’

최근 생필품, 방역 및 의료용품 수요가 급증하자 대형항공사들이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운송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기타 국적기들     세계일보DB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수요 감소로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가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운송, 이른바 ‘벨리카고(Belly Cargo)’ 영업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4월 국제선 화물 수송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12% 증가한 104.6t을 기록했으며, 5월 잠정 수송량도 작년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생필품과 방역 및 의료 장비 수요가 급증하자 항공사들은 기존 화물칸 외에 기내 좌석 공간도 활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승객 좌석 공간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기로 하고, 기내 좌석에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특별 포장이 가능한 장비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주로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에 화물을 실어 날랐다. 여객기 객실 내 천장 수화물칸(오버헤드빈)을 수차례 활용한 적은 있지만 승객 좌석 공간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나항공도 4월 화물 수송량이 작년 대비 4% 증가했으며, 5월에도 6%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 항공사들이 화물기만으로는 화물 운송 수량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여객기를 활용한 벨리카고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세계 직항편 운항이 상당 부분 중단되면서 환승 화물도 꽤 늘었다”고 말했다.

 

운송되는 화물 종류는 시기별로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방역, 의료장비, 비대면(언택트) 소비 관련 물량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대기 중이던 일반화물 비중이 늘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는 미주 지역에서 체리 등 신선화물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부터 미주와 유럽 일부 지역에서 여객기 운항이 일부 확대됨에 따라 화물 운송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부문 호조세와 비용 절감 효과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일제히 실적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 운항이 급감하며 항공 화물 운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아시아-미주노선 운임은 t당 6.67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90%, 유럽노선 운임은 5.31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08% 상승했다. 이는 과거 항공화물 호황기였던 2010년과 2017년도의 고점보다도 20~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선 여객기 운항이 점차 증가하면서 항공화물 운임은 6월부터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국제선 여객 공급량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만큼 항공화물 운임의 강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벨리카고는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 영업이 가능한 대형항공사(FSC)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밸리카고 운용이 불가능한 협동체(실내 복도가 한 개인 소형 항공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로어데크(Lower Deck)가 있어야 파레트 포장한 화물 적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LCC는 실내에 박스포장만 적재 가능하다. 이로 인해 대부분 여객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 위주인 단거리 중심 국제선 노선이 아직 대부분 막혀 있어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LCC는 최근 경쟁적으로 국내선 신규 노선을 취항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진에어는 이달 19일 김포∼여수와 여수∼제주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국내선을 9개로 늘리기로 했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말부터 김포∼광주, 부산∼양양, 광주∼양양 노선 등에 신규 취항할 계획이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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