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마케팅 화두로 떠오른 ‘MBTI’

[정희원 기자] “ESTP 유형인 당신에게 어울리는 제품은 바로 이것입니다!”

 

과거 학교나 군대에서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 쓰이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최근 유통가 마케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MBTI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자기보고식 성격유형 검사다. 본래 유료도구였지만 온라인에서 간소화된 무료 검사가 공유되며 누구나 간단히 해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정확도는 다소 떨어진다.

 

MBTI가 대세로 떠오른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다. MZ세대는 MBTI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일종의 ‘놀이’로 여긴다. 

 

실제로 최근 MBTI에 대한 관심도 폭증했다. 한 포털사이트 키워드 트렌드 검색 결과 지난해 6월 동기와 비교했을 때 ‘MBTI’ 검색량은 약 100배 폭발적으로 늘었다. 3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에도 14.5배 뛰었다. 유튜브·트위터 등에는 MBTI와 관련된 콘텐츠를 다루는 게시물도 크게 증가했다.

◆같은 상품에 MBTI 적용했더니… 관심도 ‘쑥’

 

기업들은 이같은 현상에 MBTI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다. 카카오는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MBTI의 성장세가 보이자 결과를 인쇄한 티셔츠 16종을 판매하기도 했다.

 

또, 지난 4~5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이야기가 있는 선물’ 코너에서 MBTI 기획전을 운영하기도 했다. 각각의 성향에 맞는 아이템을 추천하는 형태였다. 기획전은 평균 대비 2배 이상의 클릭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0대 이하의 클릭률이 80%이상을 차지했다.

 

당시 이 코너를 이용한 직장인 강모 씨(26)는 “친구들과 재미삼아 MBTI 테스트 결과를 공유했던 적이 있는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생일에 선물을 주니 즐거워했다”며 “똑같은 선물을 사더라도 상대에 대해 ‘신경썼다’는 느낌을 줄 수 있던 것 같다”고 했다.

휠라 키즈도 직접적인 MBTI마케팅에 나섰다. 휠라 키즈는 자사 브랜드의 캐릭터인 워니프렌즈와 MBTI를 결합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휠라는 워니프렌즈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캐릭터별로 MBTI 성격 유형을 부여해 소개하고, 댓글에 자신의 성격 유형을 남기고 친구를 태그하면 추첨을 통해 굿즈를 제공하는 이벤트로 소통에 나섰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1020세대는 물론 전 연령 이색 소통의 수단이 된 MBTI를 친근한 브랜드 캐릭터와 연계해 브랜드 팬들과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했다”며 “자신의 성격유형을 닮은 캐릭터에 친근감을 나타내거나 친구를 태그하는 등 팔로워들의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까다로운 선물고르기… ‘테스트 마케팅’ 긍정적

 

MBTI뿐 아니라 자신의 성향을 알아가는 ‘테스트 마케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텐바이텐은 지난 5월 ‘부모님 성향 테스트’로 호응을 얻었다. 말 그대로 자신이 부모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효심을 일깨우는 게 골자였다. 이용자들은 ‘테스트를 하다보면 반성하게 된다’ ‘테스트한 뒤 선물을 사드리게 됐다’ 같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뷰티 브랜드들도 ‘테스트’를 통해 맞춤 제품을 소개하는 마케팅을 시도 중이다.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지’는 기존의 바우만 테스트에 MBTI 형식을 차용, 소비자의 즐거움을 높였다. 닥터지가 운영하는 ‘바우만 피부 타입 테스트’는 기존 바우만 테스트를 보기 쉽게 이미지화하고, 결과에 따른 피부 타입별 추천 성분과 비추천 성분 등을 알려준다.

 

닥터지 측은 과거 테스트가 제품 구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테스트에 참여하지 않은 고객과 참여한 고객은 1인당 구매액에서 약 7000원의 차이가 났다. 또, 테스트 참여 고객들의 재구매율은 22%, 미참여 고객들이 14%로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킨케어 브랜드 폴라초이스도 최근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는 스킨케어 단계를 알려주는 ‘루틴파인더’ 서비스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간단한 설문 후 클렌징 단계부터 집중관리에 이르기까지 4~6단계별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MZ세대 “마케팅인 것 알아도 재밌으니 OK”

 

 MZ세대는 MBTI뿐 아니라 다양한 테스트 마케팅에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나의 성향을 간단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맞춤제품’을 추천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

 

대학생 김모 씨(22)는 “‘내가 이런 타입이니까 여기에 맞는 제품을 사야지’ 과몰입해서 구매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물건을 살 때 재미가 더해지는 것일 뿐, 어떤 마케팅이든 마찬가지로 MBTI 마케팅 역시 유행이 지나면 사그라들 것이고, 그 전까지 재밌게 즐기는 것”이라고 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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