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에도 ‘한지붕 두가족’ 체제 유지할 듯

푸르덴셜생명 브랜드 가치·방카슈랑스 25% 룰 등 고려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KB금융그룹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인수 후에도 KB생명과 합병하지 않고, 오랫동안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고품격 생명보험사로 널리 알려진 푸르덴셜생명의 브랜드 가치를 포기하는 건 아깝다는 판단이다. 또 ‘방카슈랑스 25% 룰’을 고려할 때 그룹 안에 두 생보사를 동시에 유지하는 게 이익 확대에도 유리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4월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2조2700억원에 매입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KB금융은 지난달부터 이달 16일까지 총 81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추가로 신종자본증권, 교환사채 등을 통해 5400억원 조달 계획을 발표하는 등 매수자금 마련을 진행 중이다. 또 조만간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승인서도 제출해 오는 8월말쯤에는 푸르덴셜생명의 인수 및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 푸르덴셜생명이 그룹 안에 들어와 그룹 순이익 증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14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이미 그룹 안에 있는 또 다른 생보사인 KB생명과 합병하기보다는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이어갈 것이 유력시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KB금융 경영진이 그룹 내에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을 오랫동안 함께 유지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오렌지라이프를 인수 2년만인 올해초 완전 자회사화하고, 내년에 신한생명과 합병할 예정인 신한금융그룹과는 다른 조처다.

 

주된 이유로는 푸르덴셜생명의 브랜드 가치와 방카슈랑스 25% 룰이 꼽힌다. 푸르덴셜생명은 금융소비자연맹이 진행하는 ‘좋은 생명보험사 평가’에서 11년 연속 1위에 선정될 만큼 우수한 브랜드 가치를 자랑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은 90년대에 종신보험을 최초로 히트시키면서 유명해졌다”며 “이후에도 철저한 교육을 통해 유능한 보험설계사를 여럿 길러내는 등 작지만 우수한, 고품격 생보사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푸르덴셜생명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보다 보험설계사 교육에 더 중점을 뒀다”며 “덕분에 보험설계사 개개인의 우수한 자질로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 정착률과 계약유지율이 모두 생명보험업계 최상위권을 기록하는 등 보험계약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KB손해보험(옛 LIG손보)과는 경우가 다르다”며 “당시 LIG손보는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브랜드 가치가 내려가 있어 KB손보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유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푸르덴셜생명은 KB생명보다 브랜드 가치가 월등하다”며 “굳이 이를 KB생명으로 바꿔 브랜드 파워를 낮출 까닭이 없다”고 분석했다.

 

방카슈랑스 25% 룰도 고려 대상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의해 은행은 1개 보험사의 상품을 전체 방카슈랑스 판매액 중 25% 이상 취급할 수 없다. 같은 그룹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을 합병시키면, 그룹 내의 KB국민은행에서 합병 보험사의 상품은 25%까지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생보사를 모두 유지하면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을 최고 33%까지 확대할 수 있다. 매출과 이익의 규모가 달라지는 것이다.

 

KB생명은 지난 2004년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로 출범해 지금까지도 방카슈랑스 영업이 수입보험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하면 국민은행에서 추가적으로 상품을 팔아줄 수 없어 시너지효과가 거의 나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지붕 두가족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푸르덴셜생명의 수입보험료에 국민은행을 통한 방카슈랑스 매출을 얹는 게 제일 유리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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