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한준호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들어 격차가 줄어든 2위 BMW를 따돌리기 위한 절치부심 카드를 내놨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여러 차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 최근 강남에서 쏘나타처럼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에서 ‘강남쏘나타’란 애칭까지 얻은 세단 ‘E-클래스’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고급 수입 승용차 중 최고로 잘 팔리는 ‘E-클래스’의 10세대 부분변경 차종 ‘더 뉴 E-클래스’를 최근 국내 공식 출시했다. 사실 ‘E-클래스’는 1947년 처음 나온 이후 전 세계에서 1400만대가 팔린 인기 차종으로 2016년 10세대 완전변경 이후 4년 만의 신차다.
지난해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킨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도 여전히 정상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다르다. 2020년 1∼9월까지 국내 누적 점유율을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를 드러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이 기간 5만4908대의 누적 판매량으로 32.86%의 점유율을 나타냈으나 올해는 5만3571대로 27.94% 점유율로 꽤 감소했다.
2위는 변함없이 BMW지만 2019년 같은 기간 3만261대로 18.11%로 추락했으나 올해는 4만1773대에 21.79%라는 점유율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여기에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지난해보다 판매 대수와 점유율이 올라오며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 대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달 들어 BMW가 ‘E-클래스’의 경쟁 차종인 BMW 5시리즈 부분변경 차종을 출시했다. 비슷한 시기 동급 세단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E-클래스’는 3월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지만 BMW 5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지난 5월 오프라인 출시 행사를 갖기도 했다. 실제 외관 변화와 함께 전기화를 단행하고 운전자 보조 시스템, 디지털 연결성 등도 개선했다.
이번 ‘더 뉴 E-클래스’도 더욱 역동적으로 변한 외관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와 다채로운 첨단 기능의 조화를 내세우고 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고급 세단의 대결은 일단 향후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게 한다.
두 신차가 나오기 전까지 수입차 시장에서 일단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E-클래스’다. 역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에서 올해 1∼9월 누적 판매 대수 1위 차종은 기존 ‘E-클래스’ 중 E 300 4MATIC(7495대)이며 E 250 역시 5173대로 3위에 올랐다. 역시 기존 BMW 5시리즈 중 10위권에는 유일하게 520이 5141대로 4위를 기록해 다소 뒤지는 모습이다.
‘더 뉴 E-클래스’는 일단 기존 소비자를 유지하기 위해 고급스러움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마크 레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품 & 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은 “‘E-클래스’는 그 자체로 혁신과 기술, 편안함과 안전성, 디자인과 럭셔리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장인정신을 의미한다”며 “첨단 기술과 디지털화로 더욱 진화된 ‘더 뉴 E-클래스’는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new form of luxury)’를 정의하며 수준 높은 국내 고객들이 선택하는 럭셔리 세단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소개했다. 차원이 다른 고급 세단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일단 엔진 라인업을 강화해 ‘더 뉴 E-클래스’는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고성능 메르세데스-AMG 모델을 비롯한 총 6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선보인다. 이로써 194∼435마력까지 다채로운 성능을 뽐낸다.
최신 버전의 운전자 보조 패키지도 기본 사양으로 탑재했다. 특히 도로에 설치된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정하는 기능이나 맵 데이터 기반으로 곡선 구간, 톨게이트, 원형 교차로 등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경로 기반 속도 조절 기능이 추가돼 눈길을 끈다.
여기에 우리나라 소비자만을 위한 특별 개발 기술도 적용했다. 차량 내, 외부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상시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내기 순환 모드를 통해 공기 유입을 차단해 실내 공기 질을 쾌적하게 유지해주는 ‘에어 퀄리티 패키지’가 그것으로 중국과 함께 한국 시장에 출시되는 ‘더 뉴 E-클래스’에만 제공된다.
전통의 수입차 중형 세단 왕자였던 BMW 5시리즈의 도전을 제치고 E-클래스가 수성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tongil7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