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 여성도 건강한 임신·출산 가능합니다”

임신 3개월 전 금주, 약물치료 마쳐야… 임신 후 상담치료 도움

[정희원 기자] 임신 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있다. 바로 ‘알코올중독’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실제로 아이를 위해 술을 끊고 싶지만, 자의로 금주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증가세다.

 

임신부가 술을 마시는 행위는 아이에게 평생의 고통을 물려주게 된다. 이를 두고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 이하 FAS)이라고 한다. 신체적·정신적 기형과 장애를 모두 일으키며 이를 타고난 아이는 평생 FAS로 인한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IQ70 이하의 정신지체, 소뇌증, 신체적 기형, 저체중, 짧은 안검열 및 특징적인 얼굴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충동성이 강하고, 우울증·ADHD 등 정신질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 쉽다. 하지만 정작 이를 인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서구 국가의 경우, 청소년 조기교육을 통해 FAS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이를 종종 다룬다. FAS는 여자 교도소 속 이야기를 다룬 호주의 드라마 ‘웬트워스’에서도 표현된다.

 

수감자 ‘부머’는 자신의 충동을 누르지 못하는 성향이 FAS에서 비롯된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학창시절에 또래 아이들이 자신을 ‘멍청이’라고 놀린 것도, 남들보다 이해나 학습속도가 느린 이유도 결국 습관적으로 술을 찾던 엄마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부머는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 술을 마셔서 뇌가 손상됐다”고 토로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태아알코올증후군이란 거, 진짜 있는거야?”라고 동문서답한다.

FAS를 가진 부머(사진 왼쪽)가 어머니에게 병을 갖고 있음을 토로했지만, 어머니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사진=폭스텔 웬트워스 드라마 장면 캡처.

실제로 여성 알코올중독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FAS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김영주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아기를 갖기 전부터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여성이 대부분이나, 최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임신 중 본인의 의지로 금주를 하지 못하는 산모, 알코올이 태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산모들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현재 국내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가 증가하면서 FAS를 가진 아기가 늘었다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FAS를 가진 아기는 ‘태반 또는 모유를 통해 전파된 해로운 영향을 받은 태아 및 신생아’를 의미하는 P04 코드를 진단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8~2014년 P04 코드를 받은 아기 환자수를 공개한 결과,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P04 코드는 음주뿐 아니라 흡연, 약물 등 매우 심각한 영향을 받은 경우도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로 국내 여성들의 알코올 중독 진단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임신을 계획 중인 알코올 중독 여성에 대한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 중독 문제를 겪는 환자가 임신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반드시 임신 최소 3개월 전부터 금주를 하는 것이다. 임신 계획이 있으면 반드시 미리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영주 교수는 “특히 임산부의 경우 알코올중독 치료에 흔하게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클로메티아졸 같은 약물은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며 “약물치료를 받을 것이면 미리 받고 치료를 종료한 뒤 임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신 중이라면 심리상담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효과적으로 알코올 중독 임산부들을 치료한 사례들이 많으니 임신 중에 꼭 금주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임산부는 알코올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을 받으면 금주를 결심한다.

 

이대목동병원은 이와 관련 아시아 최초로 태아알코올증후군 예방 연구소를 설립했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 교수는 “알코올중독 치료가 필요한 임산부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적절한 치료를 비판·모욕감 없이 제공하는 장소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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