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플레에 베팅했다고?…연준은 이미 준비 중

미국 월가가 올해 인플레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연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채권 매입 축소 발언을 내놔 주목된다. 사진은 연준 회의 모습. 출처=미국 연방준비제도

[임정빈 선임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인사들이 연초부터 채권 매입 축소를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는 미국 월가가 올해 사상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준은행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연준은행 총재는 올해 미국 경제 회복이 본격화하면 채권 매입 축소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AP와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모두 미국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으로 정책금리 및채권산매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견해는 지난해 12월 FOMC의 공식적인 스탠스와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5~16일 진행된 FOMC에서 다수의 위원들은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매달 최소 1200억 달러의 채권을 계속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보스틱 총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포로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한다면, 연준은 월별 자산구매를 축소할 수 있다”고 이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연준의 자산매입축소, 즉 테이퍼링(tapering)을 거론하는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시장 위축을 초래한다.

 

보스틱 총재는 이와 관련, 연준이 미국 재무부 채권과 모기지담보증권(MBS)를 매월 1200억달러씩 매입하는 규모를 이른 시일 내에 줄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 취해온 연준의 공격적인 대응조치를 언제 축소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반스 시카고연준 총재는 이보다는 유연하게 자산 매입 속도 조정과 확대 여부까지 거론했지만, 보스틱 총재와 마찬가지로 축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연준 주요 인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이후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했음을 의미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IB 등 주요 시장관계자들은 그동안 연준의 채권 매입 축소 시기를 2022년으로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그 시기가 훨씬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채권 매입 축소가 단행된다면 그 이후는 단계적으로 정책금리 인상이 논의되는 등 긴축수순을 밟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서 연준 통화정책방향의 지표가 바로 인플레 목표 2%이다.

 

연준은 주로 개인소비지출(PCE)을 기준으로 한 코어인플레가 기준으로 하는데, 올해 미국경제가 이 수준을 넘어설 만큼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해왔다.

 

반면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주요 IB와 투자회사들은 새해 들어 인플레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고 여기에 베팅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연준 주요 인사들은 올해 인플레 급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쉽지 않다는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인플레가 예상을 넘어설 경우 긴축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을 연초에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종의 구두개입인 셈이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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