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인플레?…미국 연준은 "갈 길 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경기동향 보고서와 주요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올해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스탠스를 확인했다. 출처=미국 연방준비제도

[임정빈 선임기자]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올해 사상 유례없는 인플레가 올 것”이라는 월가 일각의 전망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연준 주요 인사들의 스탠스도 현 경제 침체 및 완화정책 유지에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달 미국소비자물가지수는 0.4%까지 상승해 그 전달인 11월 0.2%에 이어 오름세를 이어갔다고 로이터와 AP 등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의 60%가 휘발유 가격이 8.4% 상승한데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경기회복을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 상반기 기저효과로 인해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침체가 촉발돼 물가수준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물가가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만 해도 크게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다.

 

현실적으로 인플레 상승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하려면 이런 기저효과를 제외한 후에도 인플레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현재 연준이 실시한 제조업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용부담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가격부담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물가 상승의 동인이 되고 있지만 실업자 수가 엄청나 구매력이 받쳐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에서 실업수당은 받는 사람은 최소 1900만명에 달하고 있을 정도다.

 

제조업체의 부담이 인플레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는 수요측면에서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연준도 이날 발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미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위축 또는 침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이와 관련, “현재 미국 경제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우리의 목표와 거리가 멀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채권 매입 축소 부분에 대해서는 연준의 판단 하에 매입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혀 ‘긴축 발작(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가능성을 일축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도 “백신 접종 이후 경제 전반에 호황이 올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지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인플레 상승에 초점을 맞춘 발언을 해온 만큼 이 발언은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지난해 말 월가 일각에서 올해 사상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은 연준의 일부 위원들이 내부에서 논의해야 할 채권 매입 축소문제를 외부로 끌어내는 실수로 시장에서 미니 ‘테이퍼 텐트럼’을 촉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로 인해 연말 연초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요동쳤다는 것이다.

 

현재 연준의 스탠스는 인플레와 고용지표에 대해 계속 지켜보고 경기회복을 확인한 후 대응 논의를 추진하는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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