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컨소시엄’ 손사래 치는 아파트 조합들, 왜?

재건축·재개발 합종연횡 빈번… 리스크 관리 유리
강남 등 일부 지역, 입찰 조건으로 ‘컨소시엄 불가’

최근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반포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여러 시공사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공동수행하는 ‘컨소시엄’을 두고 건설사와 도시정비 조합간 기싸움이 한창이다. 건설사들은 최근 불안정성이 큰 주택시장에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선호하고 있지만 조합들은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이를 꺼려하는 분위기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하는 건설사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인력이나 자금 규모가 작은 중소·지방 건설사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시공능력평가(시평) 순위 10위 이내 대형 건설사들도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사업비 2224억원 규모의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5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은 7개동 총 964가구 규모의 아파트 및 부대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오는 2023년 8월 착공 및 분양, 2026년 7월 입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잠실 래미안·아이파크(가칭,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단지는 총 2636가구 규모로 이 중 564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마찬가지로 하반기 분양 예정인 ‘둔촌 올림픽파크 에비뉴포레(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는 총 1만2032가구 중 4786가구가 일반분양되는 매머드급 단지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건설사 컨소시엄의 프로젝트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린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다. 이 프로젝트는 삼성물산·현대건설‧HDC현산 등 대형 건설사가 참여해 부동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리는 이유는 크게 ▲미분양·안전사고 등 리스크 분담 ▲입찰단가 유지 ▲공사기간 단축 ▲홍보·마케팅 비용 절감 등을 들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여러 건설사 간 출혈경쟁으로 입찰 단가가 떨어지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며 “또 요즘처럼 코로나19와 정부 규제 등으로 주택 시장이 불안정할 땐 미분양으로 인한 적자 발생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올해에도 컨소시엄 구성이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은 건설사들이 특화된 기술력과 노하우 등을 공유해 아파트의 품질 향상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다”며 “차후 조합원 부담금으로 전가될 수 있는 홍보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여러모로 조합과 건설사가 ‘윈윈(win-win)’하는 사업 형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서울과 수도권 도시정비 사업지에선 컨소시엄보다 단독시공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용산, 동작 흑석 등 사업성이 높은 구역에선 조합이 아예 ‘컨소시엄 불가’를 입찰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과거 용산구 한남3구역, 동작구 노량진8구역,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이 컨소시엄을 불허했다. 아직 시공사가 선정되지 않은 구역의 경우 흑석9구역 등이 단독시공 방식만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이 단독시공을 선호하는 이유는 건설사들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공사비, 이주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브랜드 가치와 사업성 저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컨소시엄이 지은 아파트 단지는 구조나 특색 등이 제각각이라 통일감을 주지 못하고, 단지명도 쓸데없이 복잡한 편”이라며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도 아파트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미분양에 대한 부담이 더 크고, 다른 입지조건 대비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경향이 있어 당분간은 건설사 컨소시엄이 더욱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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