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조작 논란 일파만파… 투기세력 있었나

서울서 실거래가 신고 후 취소 절반 최고가
정부의 집값 폭등 책임 떠넘기기 반론도

정부는 실거래가 등록 후 최소된 거래에 대해 전반적인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전경.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아파트 실거래가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 실거래가 신고 후 취소된 아파트 거래 중 절반가량이 최고가였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시세와 거래량을 ‘뻥튀기’하기 위한 고의적 시장 교란행위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투기세력이 실거래가를 조작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85만5247건의 아파트 매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만7965건(4.4%)은 실거래가 신고 이후 등록이 취소됐다.

 

취소 건수 가운데 31.9%인 1만1932건은 당시 최고가로 등록됐다. 서울은 거래 취소 건이 전체의 3.4%였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0.7%가 최고가로 등록된 건이었다. 특히 광진·서초구(66.7%), 마포구(63.1%), 강남구(63.0%)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천 의원은 “‘실거래가 띄우기’로 정의되는 신고가 거래 계약 체결 후 취소 행위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며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부 투기세력이 아파트 가격을 높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전까지는 인터넷 포털이나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 실거래는 확인이 가능했지만 취소계약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 부동산 중개앱 관계자는 “허위매물 단속 시스템일 업그레이드하고 있지만 취소계약의 경우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고, 중개업소도 취소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런 사각지대를 악용해 최고가 신고 후 거래를 최소해 시세를 높인 뒤 그 금액보다 조금 낮은 금액으로 거래를 유도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국토부는 이달부터 거래가 취소될 경우 해제 일자를 공개하도록 했다.

 

집값 띄우기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한 건만 거래돼도 전체 단일 평형 아파트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정밀하게 조사해 허위, 의도적인 행위로 파악될 경우 수사 의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실거래가 등록 후 최소된 거래에 대해 전반적인 실태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허위 신고로 밝혀지면 부동산거래법에 따라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시세 조작을 위해 허위신고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또 현재 30일로 돼 있는 부동산 실거래신고 기한을 당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부동산업계에선 동일 거래를 중복으로 등록해 단순 취소하거나, 집값이 급등하면서 더 낮은 가격의 기존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도 많아 무조건 시장교란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또 일각에선 정부가 집값 폭등의 책임을 가상의 투기세력에 떠넘기고,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감독원 설치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실거래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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