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韓경제 덮치나?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이슈몰이를 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향후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경제 셧다운으로 글로벌 수요가 급감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된 것이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화두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바로 글로벌 유동성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은 단순하게 말하면 시중에 돈이 많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글로벌 주요국은 거대한 자금을 시중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추가 재정지출은 약 7조8345억달러로 전 세계 GDP의 약 7.4%에 달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8800조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약 6조414억달러가 이뤄져 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이후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2분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역성장을 시현했지만 이후 미국, 중국 등을 중심으로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이제 수요의 회복 정도를 나타내는 GDP갭률(실질GDP와 잠재GDP 간 차이)도 마이너스 폭이 축소되고 있다. 현재와 앞으로의 경기를 나타내는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 및 OECD 경기선행지수가 개선됨에 따라 향후 실물경제 회복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수요 회복 기대감이 겹치면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이미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 급등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뿐만 아니라 구리, 철광석 등 산업용 금속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뿐만 아니라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 감소 및 공급 차질, 식량안보 강화 움직임 등으로 글로벌 식량 가격 또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 상황을 살펴보면 국내적 요인에 따른 인플레이션 이슈가 많았다. 2021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명절 수요 증가 및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 감소 등으로 대파, 달걀 등 농축산물 물가 급등이 주요인이었다.

 

국내 요인으로 이미 높아진 식탁물가와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에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서민들의 생활 부담이 더 늘어날 우려가 높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안정적인 식량 확보에 노력하고 물가관리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코로나19로 인해 고용 위기를 맞은 국민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데 있을 것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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