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김대한 기자] 국내 소주 업계들이 일제히 도수를 낮추고 있다. 과거 30도로 시작한 소주가 최근 17도의 벽마저 허물어지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한 홈술족과 혼술족이 증가하면서 주류업계가 ‘순한 소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22일부터 출고한 진로 소주의 도수를 16.5도로 낮춰 생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을 겨냥해서다. 진로의 도수 조정은 2019년 4월 출시 이후 처음이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의 도수를 16.5도로 낮추며 저도주 시장을 선제 공략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기존 재고 상품 소진 이후 순차적으로 도수를 낮춘 제품을 출하한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저도주 트렌드 확산과 깔끔한 소주 맛을 내기 위해 알코올 도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최근 소주의 저도화는 전체적인 주류 트렌드다. 1993년 25도를 시작으로 점차 낮아져 2019년에는 17도까지 낮아졌다. 무학의 ‘좋은데이’가 16.9도로 시작해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그리고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진로‘를 비롯해 지역 소주 업체들도 대부분 16도대에 진입했다. 향후에도 지방 소주 업체들도 도수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두 메인 주류의 도수 인하는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외부 모임이 줄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홈술 및 혼술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주 52시간 근무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등 강요된 회식은 줄고 ‘혼술(혼자서 술 마시기)’이 많아지는 추세다.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주류업계 입장에선 수익률을 개선할 수도 있다. 업계는 소주 도수를 0.1도 내리면 주정값 0.6원을 아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수를 0.4도 내릴 경우 1병당 주정값 2.4원이 절감되는 셈이다.
광고까지 가능하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17도 이상 술은 방송 광고를 할 수 없다. 현재는 진로이즈백, 처음처럼 등이 TV광고가 가능해졌다. 특히 진로이즈백은 자사의 두꺼비 모델을 이용해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도수 하향 조정은 주류업계 입장에선 나쁠 게 없는 조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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