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색] 글로벌 키즈 언택트 클래스 플랫폼 ‘헤이키도’ 박현지 대표

-"수차례 창업 실패… 엄마의 마음으로 교육 플랫폼 도전"
-"공교육에서 소화할 수 없는, 갈증 해소 플랫폼" 기대
-"돌고돌아 스타트업,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에서 출발"

박현지 대표는 헤이키도를 공교육에서 소화할 수 없는, 급변화하는 현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왜 스타트업에 뛰어드냐고 묻더라고요. 돈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고민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글로벌 키즈 언택트 클래스 플랫폼 ‘헤이키도’(Hey Kiddo)도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교육 현장도 크게 바뀌었다.  학교나 학원에 가지 않고 모바일 또는 PC 플랫폼을 통해 화상으로 선생님을 만나 수업을 듣는다. 화상 플랫폼 줌(Zoom)을 활용해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탐방하기도 하고, 로마 박물관도 찾는다. 또 미국 현지에서 현직으로 활동하는 학교 선생님과 화상으로 만나 미술 수업을 진행한다. 

 

헤이키도를 창업한 박현지(36) 대표를 만나 헤이키도 탄생 과정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헤이키도는 전세계 키즈클래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언어, 문화, 예술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클래스들을 개발, 선보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스타트업? 실패의 연속이었다”

 

박현지 대표는 시카고 컬럼비아대와 뉴욕대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고, 유학 시절 비즈니스 분야 잡지사 통신원으로 뉴욕에서 스타트업으로 창업한 젊은 CEO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했다. 당시 세계 금융 위기의 시발점이었던 미국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뉴욕 월스트리트가의 수많은 청년이 금융회사를 박차고 나와 벤처기업을 창업하며 스타트업을 처음 알렸던 시기였다. 박 대표는 수많은 청년 CEO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남편이자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이벤트 기획업계 프리랜서와 고객을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 기업을 창업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박현지 대표는 “2~3년 동안 월급 없이 일했던 것 같다. 수입이 사실상 제로였다”며 “그렇게 나의 첫 도전은 실패했다. 그 길로 결혼했고, 아이가 생겼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 도전은 원데이 클래스 정보를 종합해서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이었다. 박 대표는 “아파트나 학원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일일 특강을 알리는 안내문이 많더라. 또 미술 공방 같은 곳에서도 원데이 클래스를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렇게 흩어진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원데이 클래스 정보 제공 플랫폼 사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도전이었던 만큼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그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졌다. 박 대표는 “대면 수업 자체가 사라지면서 플랫폼도 의미가 없어졌다”라며 “그리고 그 시기에 둘째까지 생기면서 또 한 번 사업을 접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남편마저 사업을 접게 됐고, 둘째를 임신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했다”고 털어놨다.

 

◆“벼랑 끝에서 재도전… 첫 클래스 오픈하고 일주일 후에 출산했다”

 

벼랑 끝에 선 박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위기를 경험했으니, 곧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라며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신문과 책을 읽었다. 스타트업과 관련해 온라인 포럼도 많이 들으면서 앞으로 어떤 흐름이 펼쳐질지 계속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헤이키도이다. 박 대표는 “공부를 하면서 ‘과연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부터 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미국 유학 시절 만났던 미술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인맥이었다”라며 “이분들을 모셔서 화상 플랫폼인 줌(Zoom)을 통해 클래스를 오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수차례 실패를 거듭하고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스타트업인 만큼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박 대표는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느낌이 좋았고,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정말 벼랑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계속해서 나를 푸쉬하며 최선을 다했다”며 “첫 클래스를 지난해 8월 오픈하고, 다음달에 둘째를 출산했다. 그리고 2주 만에 다시 사무실에 출근했다”고 스스로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반응은 즉각 오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대박은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점점 플랫폼을 찾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엄마들의 정보 공유 창구인 ‘맘 카페’에서도 호응이 좋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가며 계속 확장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소화할 수 없는, 갈증 해소 플랫폼”

 

헤이키도의 모든 콘텐츠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현직 교육자를 섭외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키즈 아트 클래스가 주를 이루고 있고, 최근 북 메이킹, 북 라이팅, 원서 읽기, 영어토론 등 어린이 문학으로 확장했다. 여기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 미술관, 국립 로마 현대미술관, UN 본부 등을 화상으로 찾아가는 버추얼 탐방 클래스도 진행하고 있다.

 

영어를 못하는 아이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박 대표는 “헤이키도는 영어 학습 플랫폼이 아니다. 영어 학습은 우리보다 더 나은 전문 플랫폼이 수없이 많다”라며 “영어는 단지 소통의 도구로 사용될뿐 좋은 키즈 컨텐츠들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주장과 논리를 갖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인재교육을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공교육은 미래에 언젠가 필요할 것을 대비한 교육을 진행하지만 헤이키도는 급변화하는 현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세계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기후재앙과 같은 환경 문제이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환경 문제를 해결한 체인지메이커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원데이클래스를 기획 중이다. (혹은 5월 가정의 달을 대비해 미 최고 아동문학상 ‘뉴베리상’을 수상한 한국계 작가 테이 컬러와의 만남을 추진 중이다.) 

 

현시대에 맞는 주제를 교육으로써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스타트업,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에서 출발”

 

박 대표는 “미술경영 전공, 스타트업 CEO 인터뷰, 그리고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한 뒤 다시 미술로 돌아와 비대면 클래스 플랫폼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모든 점은 연결돼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그 경험들이 지금의 헤이키도를 만들었다”라며 “보통 창업이라면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모바일의 혁신이 찾아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수많은 청년 CEO를 만나면서 느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행복한 일, 사회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고민’에서 창업이 시작됐다. 단순히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라며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들어도 좋을 클래스, 나아가 교육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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