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향한 대출을 강화하고 나섰다. 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정교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해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 여력을 높이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12일 자체 신용에 기반을 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인하했다. 은행 자체 신용에 기반을 둔 중저신용자 대출 상품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거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앞서 이 은행은 지난 3월 자체 신용 기반 중신용 대출한도를 종전 50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높인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날부터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고한도는 낮췄다. 마이너스 통장대출은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신용대출은 1억 원에서 7000만 원으로 대출 한도를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1~4월 중 1180억 원의 자체 중신용대출을 공급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어난 규모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뒷받침할 신용평가모형 업그레이드 및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지난해에 비해 획기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은 후 본인가만 남겨둔 토스뱅크도 개인중금리신용대출에 중점을 두겠다는 포부다. 토스뱅크는 일찌감치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승건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 2019년3월 기자간담회에서 “토스뱅크는 기술혁신을 통해 제대로 된 CSS를 구축해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케이뱅크도 사잇돌 대출 및 신규 자체 중금리대출 출시 준비에 한창이다.
이 같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중금리 확대 움직임은 당초 인가 취지와 달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신용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측면도 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1~4등급 신용대출 금액 비중은 98.46%로 집계됐다. 반면 5~6등급 및 7등급 신용대출 금액 비중은 각각 1.37%, 4.17%에 그쳤다. 5~6등급과 7등급 소비자에게 취급한 대출건수 비중 역시 5.54%, 0.87%에 불과했다.
금융위도 지난달 ‘중금리대출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는 크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은행 자체적으로 중저신용층 대출 확대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유도하고,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시 중저신용층 대출 공급계획을 면밀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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