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정부가 세종시 활성화를 목표로 도입한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공무원들이 특공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고, 팔거나 세를 놓는 등 재태크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 드러나면서 공무원 특공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2010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공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10년간 세종에 공급된 아파트 9만6746호 중 2만5636호(26.4%)를 공무원 등 이전기관 종사자가 가져갔다.
세종시 특공 제도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절반을 공무원과 이전기관 종사자들에게 우선 공급하고 아파트 입주 때 부과되는 취득세를 감면해준다. 이전기관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조기 정착을 유도하고 세종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초기엔 미분양 물량이 넘치던 시기도 있었지만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호재가 있을 때마다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천만~수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지난해 세종 아파트값은 평균 44.93%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 시점에선 서울 아파트값도 넘어섰다. 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윗값은 올해 4억2300만원으로 서울의 3억8000만원을 훌쩍 넘겼다.
집값이 계속 뛰면서 아파트 특공은 공무원들의 투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특공으로 받은 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고 매매하거나 전세를 놓고 서울에서 통근버스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 급증했다.
실제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종시에 공급된 아파트 6만여 가구 중 공무원들이 특별공급을 받은 뒤 내다 판 아파트는 2085건에 달했다. 대전지검은 이들 가운데 전매 금지 기간에 불법으로 팔아 수천만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55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공은 일반 분양보다 경쟁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제도 도입 당시에는 다주택자에게도 청약을 허용해 사실상 ‘로또급 특혜’로 변질된 것”이라며 “일부 공무원은 특공으로 받은 아파트는 매매하고 세종시에 2년 거주한 주민들에게 1순위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거주자 우선 순위 제도’를 이용해 아파트를 중복으로 분양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은 세종시 이전 대상도 아니면서 세종에 유령 청사를 짓고, 직원 82명 가운데 49명이 특공으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새만금개발청과 해양경찰청 직원들은 청사가 세종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 뒤에도 특공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사태에 이어 공무원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자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있다. 세종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 씨(36)는 “정작 세종에서 생업을 하며 실거주하는 사람들은 아파트 분양이 힘든데 실제 거주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이 특혜를 활용해 수 억원의 차익을 보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실거주 3년을 의무화하고 비수도권 공공기관은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어차피 주택법 개정안은 법 시행 이후 분양받은 사람에게만 적용되고, 여론의 요구대로 이전에 특공으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또 공공기관 이전시 공무원들의 주거 문제도 분명 고려해야 하는 만큼 특공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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