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비하인드] 신재환 금메달에 가려진 러시아 기계체조 선수의 비화

 

 ‘코리아가 잘못했네.’

 

 올림픽에 출전하면 결승전에 오른다. 그런데 계속 마지막 문턱에서 넘어진다. 넘어트리는 상대가 공교롭게도 전부 ‘코리아’ 국적이다. 3연속 은메달을 거머쥔 데니스 아블랴진(29·러시아올림픽위원회) 이야기다.

 

 지난 2일 일본 도쿄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는 2020 도쿄계올림픽 기계체조 도마 결승전이 열렸다. 대한민국 국적의 신재환(24)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12 런던 대회 양학선(29)에 이어 한국 사상 두 번째 체조 금메달 영광을 거머쥐었다.

 

 모두의 시선이 신재환에게 쏠렸을 때 아블랴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최고 체조 선수로 도마를 주종목으로 하는 세계적인 선수지만 단 한 번도 개인 도마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코리아’ 국적 선수들에게 발목 잡혔다.

 

 시작은 2012 런던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세계 최고의 기량을 뽐냈던 양학선에게 밀렸다. 동갑내기 양학선이 난도 7.4짜리,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 ‘양학선’으로 정상에 올랐다. 아블랴진 역시 좋은 경기력을 펼쳤지만 은메달에 그쳤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정상에 오를 수도 있었다. 양학선이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빠져 기회가 오는 듯했다. 하지만 ‘사우스 코리아’는 없었지만 ‘노스 코리아’가 있었다. 리세광이 아블랴진의 앞을 막았다. 그렇게 2연속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다행히 2021 도쿄 대회에선 양학선, 리세광이 모두 빠졌다. 세 번 도전 끝에 아블랴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따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학선의 기술을 따라하는 신재환이 등장했다. 점수도 평균 14.783점으로 같았다. 그러나 국제체조연맹 동점자 처리규정(더 높은 최종 점수를 획득한 선수가 우세)에 따라 아블랴진이 아닌 신재환에게 금메달이 돌아갔다.

 

 아블랴진은 ‘코리아’ 때문에 3연속 준우승을 기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블랴진은 기계 체조 단체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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