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말미암아 소비재 산업 분야에서 확대된 온라인 D2C(소비자 직접판매·Direct to Customer)가 자동차 업계에서도 시동을 걸고 있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1위인 현대자동차가 다음달 출시 예정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프로젝트명 AX1)을 두고 온라인 D2C 판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온라인 D2C에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자동차 판매 형태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된 해외차 브랜드와 달리 국내에서는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영업 사원의 일감 축소 때문이다. 노조는 “영입 사원의 생존권이 달린 사안”이라며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대부분 온라인 견적내기까지만 이뤄지고 있는 이유이다.
반대로 기업 측은 “비대면 등 트렌드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캐스퍼의 경우 현대차가 광주시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통해 위탁 생산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현대차가 온라인 판매를 강행할 수 있지만, 단순히 캐스퍼 모델만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해외차 브랜드는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는 이미 100%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갖췄다. 일반 온라인 구매처럼 원하는 자동차를 장바구니에 담으면 된다.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한 뒤 원하는 모델을 선택하고, 이후 차량 색상·휠·내부 인테리어 등 세부 옵션을 결정하면 된다. 이후 주문 대금을 결제하면 구매가 이뤄진다.
BMW도 지난 2019년 12월 국내에 BMW샵을 오픈해 온라인 판매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올해 6월부터 한정판 모델을 중심으로 매월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모델 별로 한정판 14대 내외만 판매했고, 많게는 1억원이 넘는 가격에도 대부분 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며, 볼보 역시 향후 출시되는 전기를 모두 온라인으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국내 완성차 역시 점진적으로 온라인 판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국GM은 신형 전기차 쉐보레 볼트 EUV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100% 온라인 판매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판매를 넘어 라이브 커머스도 시도하고 있다. 쉐보레는 네이버 쇼핑라이브에서 볼트EUV와 2022년형 볼트EV '런칭 라이브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고, 르노삼성차는 지난달 홈쇼핑 방송인 GS마이샵을 통해 전기차 ‘르노 조에(ZOE)’를 판매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의 언택트화는 판매뿐만 아니라 AS와 중고거래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다. BMW 코리아는 최근 AS 운영 예산의 20% 이상을 디지털화 작업에 투자해 내년까지 AS 분야에서 100% 비대면 및 디지털화를 달성할 계획을 밝혔다. 중고차 시장 역시 다양한 온라인 구매 플랫폼이 출시되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올해 PC 및 모바일을 이용한 구매 ‘홈서비스’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중심 디지털 전략은 향후 자동차 시장의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시장 자체가 플랫폼 구축 및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