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반대하는 사람들②] “또 우리만 희생”… 곳곳 갈등·불만 속출

◆강화된 방역패스 시행 일주일
‘딩동’ 경고음에 미접종자 “서럽다”
시민단체 주말 방역정책 비판 집회
백화점·마트 첫 적용

[정희원 기자] 방역패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정부의 과도한 방역정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집회, 온라인 청원 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세계시민걷기행동연대,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코로나19시민연대 등이 정부에 합리적인 방역정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경기도의사회장 등도 교보빌딩 앞에서 방역정책 전환을 주장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방역패스를 재고하라는 게시글이 약 300개 정도 올라와 있다.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QR체크인을 하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영업자들의 분노도 극에 달해가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역정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모든 단체와 연대해 신뢰를 저버린 방역 당국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항쟁한다”며 단체행동에 나설 것을 밝혔다.

 

오는 10일, 강화된 방역패스가 시행 1주일이 된 시점에서 시민 간 갈등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에 거주중인 직장인 A씨는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

 

그는 “카페에 갔더니 ‘딩동’ 소리가 크게 울려 난처했다. 모두가 동시에 돌아보고, 직원이 신분증까지 요구했다”며 “무슨 권리로 개인정보까지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신분증 확인에 대해 매뉴얼에 나와 있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한다. 건강 문제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는데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가족들은 코로나19 자체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확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조마조마해하며 백신을 접종했다. 어떤 의미인지 체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서 카페 매니저로 근무 중인 B씨는 부스터샷 접종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번 방역패스 제도는 ‘심했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번 제도 도입 목적은 백신을 맞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서로 편을 나눠 싸우게 하려는 것 같다”며 “백신패스에 찬성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접종해야 코로나 사태가 끝날 것 아니냐’라며 깐깐하게 손님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우리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에는 자신이 미접종자라며 미안해하거나 눈치를 보는데 안타깝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미접종자를 눈에 띄게 하면서 나타난 현상 아니냐”고 말했다.

 

10일 점포 면적 3000m² 이상의 백화점·대형마트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만큼 유통가도 조마조마하다. 단, 정부는 고용불안을 우려해 마트·백화점 점포 관리자·운영자·종사자에게는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대형마트 본사 직원들은 접종을 거의 마쳤다. 하지만 판매원 등은 본사가 아닌 ‘브랜드’나 ‘외주업체’의 재량에 달려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만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해야 할 ‘방역패스 도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역할’을 유통업계에 떠넘겼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역패스 적용을 두고 대만·일본 등의 완화 전략 중심의 방역 모델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관점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방역패스를 도입하거나, 시도하는 국가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미국 일부 지역이다. 중국은 2020년 4월부터 방역패스를 운영하고 있다. 단, 중국을 제외한 이들 국가 역시 일상생활 영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방역패스 강제 적용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일본에서도 오미크론 사태 이후 1일 확진자가 2000명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백신 접종 증명 앱을 가동했지만, 백신 접종 증명이 의무가 아니다보니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일본 도쿄에 거주 중인 직장인 C씨는 “헬스장이나 식당, 목욕탕을 가야 할 때 백신 접종 여부가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며 “나라에서 특별히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백신 접종은 오롯이 개인의 선택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확진자’ 낙인이 찍힐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6개월 전 코로나19에 걸렸었는데, 입원할 정도가 아니라면 해열진통제를 처방받은 뒤 2주간 자가격리만 하면 됐다. 격리 마지막날 음성이 나오면 바로 출근하는 식이다. 당시 확진자도 실내공간에 들어가지 않으면, 마스크 착용 후 산책도 가능할 정도였다. 한국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양국간 코로나19를 대하는 데 온도차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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