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옥죄던 규제… 尹정부서 풀릴까

대형마트 영업시간·의무 휴업 등
유통법 개정으로 규제 완화 기대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공약 주목
이행땐 신세계 스타필드 유력?

[정희원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유통업계는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은 공약과 지역 유세 연설을 통해“기업 자율성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최소 규제를 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강조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기존 규제 완화돼야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 당선 후 각 업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과 광주 복합 쇼핑몰 설립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중국 등의 수출에 영향을 주는 사드 추가 배치 여부도 관심사다.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으로 대형마트들은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오전 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의 범위에서 영업해야 하고,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유지해야 했다.

 

당시에는 온라인 시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형태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만큼, 이제는 기존 대형마트가 이커머스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업계가 꾸준히 ‘유통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15.7%에 그쳐 전년에 비해 2.2%p 하락했다. 반면 온라인 이용 비중은 48.3%를 기록, 국내 유통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형마트들은 유통법 영업시간 제한으로 새벽배송이 불가능하고, 의무휴업일에는 일반 배송도 안돼 쿠팡·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전통상업보존구역이 확대되면서 대형마트를 출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12개의 대형마트가 사라졌지만, 쿠팡은 지난해 매출 22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이마트(16조4500억원)를 넘어선 수치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매일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통업계는 지난 10년간 유통법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통법을 도입했음에도 골목상권·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무 휴업 등으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 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소비자는 28.1%였다.

 

이커머스 업계는 약간 긴장하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이 규제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어서다. 다만 그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소비자 권익을 강화하면서도, 플랫폼의 다양성과 역동성·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섣부른 규제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 복합쇼핑몰 들어올까… 신세계 유력?

 

업계는 전남 광주 지역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설지의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광주는 인구가 무려 144만명이지만, 광역시 중 유일하게 복합쇼핑몰이 없다. 지역상인 반대·정치권 개입으로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노브랜드 등이 무산 경험을 겪었다. 대형서점인 교보문고 역시 지역서점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실랑이를 벌이다 규모를 축소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은 바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달 광주 송정매일시장 유세에서 복합쇼핑몰 건설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당시 “광주 시민들이 복합 쇼핑몰을 간절히 바라는데 민주당이 유치를 반대해왔다”며 “시민이 원하는데 정치인이 이를 막을 권리가 있는가”라고 발언했다.

 

광주시는 2015년 광주 신세계와 손잡고 복합쇼핑몰·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인근 중소상인과 민주당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7년에 다시 판매시설 면적을 40% 가까이 줄여 개발을 추진했지만 역시 시행되지 못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광주를 소비자 쇼핑 수요는 물론 구매력이 충분한 매력적인 상권으로 본다. 지자체가 주민 의견을 모으고, 사업을 조성한다면 입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윤 당선인이 약속 이행에 나선다면 결국 신세계와 롯데가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미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추진했던 신세계 스타필드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선을 앞두고 윤 당선인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멸공’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사업 추진에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 부회장이 지난 1월 인스타그램에 ‘#멸공’ 게시글을 잇따라 올리자 윤 후보는 이마트에서 멸치·콩을 사며 ‘장보기 인증샷’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사업비가 조 단위로 들어가는 복합쇼핑몰 개발 추진을 당장 거론하기는 어렵다.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 복합쇼핑몰 사업이 무산된 이후 광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나 계획은 현재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로 유통업계에도 분명 변화가 보일 조짐”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기업, 온오프라인 채널, 골목상권·전통시장을 서로 적으로 보도록 만드는 프레임을 씌우는 대신 각각 산업 성격에 맞는 규제와 완화가 동시에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유통 규제를 논의하기 앞서 기존 유통 규제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지 분석이 필요하다”며 “다만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유통 규제를 완화하는 게 글로벌 추세”라고 밝혔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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