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단단하게 거침없이⑤]탄소중립 ‘에너지믹스’… 원자력·재생에너지 조화 이뤄야

화석연료·원자력·재생에너지 균형 유지해야 공급망 위기 타파
원전 인프라 복구·인재 확보·핵연료 처리 시설 조성 등 과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당시 대선후보)가 지난해 12월 29일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원전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탈(脫)원전 백지화와 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당선인은 전세계적 추세인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고 값싼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원자력 인프라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업계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점진적으로 줄이되 원자력과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조화롭게 육성하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를 실현해야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원자력’이다.

 

윤 당선인은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로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됐던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다시 재개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작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현장을 방문해 “건설을 즉각 재개하고 원전 수출을 통해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두산중공업이 SMR을 성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정확한 경제성 검토 없이 화석에너지 퇴출을 서두르고, 재생에너지 확대에만 매달릴 경우 심각한 공급망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에너지 믹스’가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석열 차기 정부는 2030년 발전비중을 재생에너지 20~25%, 화석에너지 40~45%, 원자력 30~35% 선으로 유지하는 ‘에너지 믹스’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석탄 등 화력발전 비중을 현재 60%대에서 40%대로 낮추되 그 빈자리를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여 채우는 것이 핵심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 부문도 마찬가지겠지만 에너지만큼은 정치 논리에 좌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단순히 탈원전, 친원전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화석연료,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 및 수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부가 원전 비중만 너무 높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와 산업이 위축될 수 있어 정책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정체된 국내 원전 사업 인프라를 복구하는 것도 시급하다. 윤 당선인이 공사 재개를 약속한 신한울 3·4호 외에 내년부터 2029년까지 설계 수명(30~40년)이 종료되는 원전 10기의 수명을 연장해 원자력 인프라와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핵연료 처리 시설 조성도 ‘에너지 믹스’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한다.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의 경우 고리·한빛 원전은 2031년, 한울 원전은 2032년 수용량이 가득 차게 된다. 만약 차기 정부가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원전 수명을 연장하면 저장시설이 꽉 차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탈원전 기간 동안 빠져나간 원전 우수인력을 다시 확보하는 것도 차기 정부의 과제로 꼽힌다. 원자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2만2355명이던 국내 원전 산업체 인력은 2019년 1만9449명으로 3년 만에 13% 줄었다. 같은 기간 원자력학과 신입생은 802명에서 524명으로 34.7% 감소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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