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먹거리 찾는 건설사들… 데이터센터에 꽂히다

한국판 뉴딜·기업 디지털 전환·언택트 문화 영향 데이터 수요↑
현대건설·GS건설·호반 등 성과… 진입장벽 높아 경쟁 덜 치열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 투시도.   현대건설 제공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사들의 신사업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판 뉴딜정책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언택트(비대면)’ 문화 확산의 영향으로 데이터센터 시장이 확대되자 대형 건설사들이 일제히 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에 공을 들이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인 스토리지 등이 설치된 시설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저장 및 유통하는 핵심 인프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도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죽전동에 들어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망중립 데이터센터인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시공한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퍼시픽자산운용이 82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건립하는 이 시설은 지하 4층~지상 4층, 연면적 9만9070㎡의 규모를 자랑한다. 이달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중 준공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정부통합전산센터, NH통합 IT센터, 부산 글로벌 데이터센터 등 안전성과 보안성을 요하는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며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로 데이터센터 시공 부문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2445억원 규모의 안양데이터센터 개발공사를 수주했다. 이 사업은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555-44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9층의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공사 계약금은 GS건설 최근 매출액의 2.42%에 해당하며, 계약 상대는 에포크피에프브이 주식회사다. 공사기간은 대출약정서 최초인출일로부터 21개월이다.

 

스타트업 육성 등 사업 다각화에 집중해 온 호반건설도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호반건설은 최근 KT엔지니어링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사업 관련 기술·경험 제공 및 시공 협업 등에서 협력키로 했다. 양사는 이번 데이터센터 구축이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AI(인공지능) 등 미래기술 개발에 가속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데이터센터 시장은 더욱 급속도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0년 기준 5조원 규모로 2025년엔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도 2018년 1830억달러에서 2023년 4370억달러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한때 IT기업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데이터센터가 건설사들의 새 먹거리로 주목받게 된 이유는 높은 진입장벽 탓에 시장이 아직 포화상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냉각 설비와 전력 공급, 통신 연결, 보안 시스템 등이 요구돼 일반 건축공사보다 시공 난이도가 높고, 그만큼 정비사업 등 주택 시장보다 아직은 경쟁이 덜 치열한 편”이라며 “단순 시공만으로 수천억원대의 수익이 확보되는 데다, 해당 부문 노하우가 축적돼 향후 자체 개발 및 운영까지 하게 되면 사업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향후 5년간 3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신설될 것으로 전망돼 건설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다만 주택사업과 달리 사업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 장기 프로젝트라 고난도 시공 기술과 재정 안정성을 보유한 메이저 건설사간 그들만의 리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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