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특산물, 보툴리눔 균주?… “염기서열 분석으로 출처 밝힐 수 있어”

유전체 분석기술 권위자 폴 카임 교수 방한
韓 보툴리눔 균주 많은 이유 알 수 없지만
염기서열 분석 활용 시 균주 출처 명확해질 것
美, 고위험병원체 관리 철저… 어길 시 형사처벌

[정희원 기자] 미생물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폴 카임(Paul Keim)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교수가 보툴리눔톡신 균주 출처 확인 방법으로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법을 제시했다.

 

카임 교수는 최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한국미생물학회가 주최한 ‘계통 유전체 분석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사례’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카임 교수는 ‘유전체 분석을 통한 병원체 출처 조사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또 세미나 말미 진행된 질의응답을 통해 국내 보툴리눔톡신 이슈와 관련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폴 카임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미국의 고위험병원체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희원 기자

현장에서는 취재진들로부터 ‘왜 한국에서만 유독 많은 보툴리눔 균주가 발견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폴 카임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서 보툴리눔 균주가 자주 발견되는 것은 흥미롭지만, 이유는 모른다”고 일축했다.

 

속칭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는 고위험 병원체에 해당한다. 적은 양으로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전쟁이나 테러 시 생물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국내 20여개 업체가 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사례다.

 

보툴리눔 균주는 독소의 혈청학적 특이성에 따라 A형부터 G형까지 총 7개로 분류된다. 균주는 토양, 부패한 통조림 등에서 얻을 수 있다. 또는 기관 등으로부터 균주를 양도받을 수 있다.

 

카임 교수는 한국에서 균주가 많이 발견되는 것에 대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활용하면 균주 출처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염기서열은 미생물을 포함한 생명체의 유전자 배열표다. 인간의 경우 염기서열 조합에 따라 인종적 특징이 구분된다. 보툴리눔 균주는 400만개 안팎의 염기서열 조합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질병청에 보툴리눔 균주를 자체적으로 발견했다고 신고한 업체는 10여곳이다. 다만 2020년 진행된 질병청 전수조사 결과, 국내서 분리된 것으로 신고한 일부 기관의 균주 중 미국 분리 균주와의 유사성이 매우 높은(99.99% 이상 유사)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된 바 있다.

 

카임 교수는 이와 관련 미국 국립생물안보위원회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현지 상황의 고위험병원체 관리 현황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보툴리눔균주는 물론 천연두·탄저균 등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된 30여개 고위험병원체 목록을 만들어 명시하는 등 이를 보유한 기관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기업·기관 등이 고위험병원체를 보유하려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균주 보유량도 제출해야 한다. 또, 18개월마다 보유하고 있는 병원체 균주에 대해 보고하고 실상 점검에 들어가게 된다.

 

심지어 기관 내 병원체를 다루는 직원의 신뢰성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양도하려 해도 정부에 서류를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이같은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개정안에는 보툴리늄 균주 출처에 대해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균주 보유허가를 취소하고, 이전에 발생됐던 위법 사항에 대해서도 소급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임 교수는 “한국에서도 보툴리눔 균주 출처가 중요한 사안이라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시행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이는 출처를 확인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폴 카임 교수는 유전체 분석기법을 이용해 병원균의 기원과 진화를 추적하는 유전체 분석기술과 생물 방위(biodefense) 분야의 권위자다. 480여개가 넘는 논문을 발표하고 2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미국 9·11 테러에 사용된 균주의 종류와 출처를 밝혔다. 최근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한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소송에서 염기서열 분석 전문가로 나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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